트럼프 2기가 채 시작되기도 전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고관세, 감세 등을 공언한 트럼프 2기가 본격 출범하면 인플레이션이 가팔라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가 다시 엄습할 수 있다는 공포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12월 미국 일자리 수는 전월비 25만6000개 증가했다. 이는 로이터 예상치인 16만개 증가를 크게 상회한 것으로, 지난 3월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이다. 또한 실업률은 4.1%로 예상치와 전월치인 4.2%를 모두 하회했다.
이처럼 고용지표가 양호하게 나옴에 따라 미국 경제 낙관론이 한층 강화됐지만, 안정화되는가 싶던 인플레이션이 재차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실제로 오는 15일 발표되는 미국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9%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 경우 3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연준 목표치인 2%에서는 더욱 멀어지게 된다. 이 같은 우려 속에 10일 뉴욕증시는 1.5% 이상 급락했고,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4.79%까지 오르며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또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2022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110선에 근접했다.
이에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당초 3월로 예상하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올해 첫 금리 인하 시기를 6월로 늦췄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도 예상했다. BofA는 "우리는 금리 인하 사이클이 끝났다고 생각한다"며 "(연준의) 다음번 움직임은 금리 인상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 2기이다. 트럼프는 재집권 시 고관세, 감세, 이민자 추방 등을 중점 정책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해 왔는데 이 같은 정책들은 대체로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이는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면서 전 세계적으로 고물가 및 고금리를 확산시킬 수 있다.
유엔 경제사회국(DESA)은 9일 '세계 경제 상황과 전망 2025'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을 감안할 때 중앙은행, 특히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진단했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서로 연결된 경제 속에서 세계 한쪽에서 일어난 충격은 다른 쪽의 물가를 밀어올린다"고 언급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역시 지난주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며, 전 세계 금리가 "상당 기간 다소 높게"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트럼프가 자신의 공약대로 고관세 및 감세 등을 추진할지 여부는 미지수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다른 국가에 대한 고관세 위협을 협상 수단으로만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고, 지난주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나중에 부인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를 일부 핵심 품목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따라서 결국 트럼프가 오는 20일 집권 후 내놓을 구체적인 정책이 전 세계 물가 및 금리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JP모건의 루이스 오가네스 글로벌 거시 리서치 책임자는 트럼프의 정책과 관련해 "모든 정황은 세계 다른 국가들의 희생을 대가로 한 미국 예외주의가 지속되리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며 "(세계 인플레이션 및 금리의) 많은 부분은 도입되는 정책, 특히 미국 정책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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