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100만 달러(약 14억7000만원)를 기부했다. 현대차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트럼프 당선자의 회동도 추진 중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대차가 미국 내 자회사를 통해 오는 20일(현지시간) 열리는 트럼프 당선자의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11일 보도했다. 현대차 관계자들은 지난해 11월 5일 미 대선 이후 트럼프 측 관계자들과 접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가 미 대통령 취임식에 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GM, 포드,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기부 행렬에 뛰어들자 현대차도 이에 동참한 것이다. WSJ는 “트럼프 당선자의 관세 압박에 대한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사들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며 “이들 기업은 트럼프 당선자와 그의 선임 고문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현행 규정을 폐지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IRA는 미국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이를 탑재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안이다.
또 트럼프 당선자는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공약이 현실화하면 미국 판매량 중 절반을 국내 공장에서 조달하는 현대차에는 악재로 작용하게 된다. 미 싱크탱크인 카토인스티튜트의 스콧 린시컴 부사장은 “현대차는 미국에 직접 판매하는 차량뿐만 아니라 수입 부품을 사용하는 미국 내 생산 차량까지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트럼프 당선자는 최대 20%의 보편 관세에 더해 멕시코와 캐나다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2018년 그는 20년 넘게 지속됐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폐기하고 새로운 조건으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타결했는데, 자신이 맺은 협정을 스스로 파기할 수 있음을 시사한 상황이다. 리서치 업체인 워즈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차량의 약 16%는 멕시코에서 생산됐고, 7%는 캐나다에서 수입됐다.
미국의 독립 증권 리서치업체 울프리서치는 지난해 11월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부품 규모가 연간 1000억 달러(약 147조4000억원)에 달하며, 관세가 현실화하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가격은 약 3000달러(약 440만원) 오를 것으로 울프리서치는 추산했다.
아울러 현대차는 취임 전의 경우 트럼프 당선자의 자택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취임 후에는 백악관에서 트럼프와의 회동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이 성사될 경우 현대차에서 정의선 회장과 호세 무뇨스 사장이 참석할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현대차 측은 정 회장이 트럼프 당선자의 취임식에는 참석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측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현대차는 미국 제조업을 지원하고, 공급망을 보호하며 혁신을 촉진하는 정책을 가진 새 행정부와 협력할 기회를 갖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는 2022년 조지아주 서배너에 자동차 생산공장인 ‘현대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착공했으며, 조만간 완공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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