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4분'에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원인 규명도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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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 기자
입력 2025-01-1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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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가 "전원 '셧다운' 가능성…비상전원 관리부실 의심"

제주항공 참사 15일째인 12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소방대원들이 사고 현장 인근에서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2025112 사진연합뉴스
제주항공 참사 15일째인 12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소방대원들이 사고 현장 인근에서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2025.1.12 [사진=연합뉴스]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에서 추출한 블랙박스에 사고 직전 마지막 4분 동안의 데이터가 저장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블랙박스에 담긴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와 비행자료기록장치(FDR)가 사고 원인 조사의 '핵심 자료'로 여겨졌던 만큼 조사당국의 원인 규명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우려된다.

12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가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에 충돌하기 직전 4분 간의 CVR과 FDR 자료 모두가 저장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사고 조사 기간은 애초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조위는 지난 2일 김포공항에 있는 자체 시험분석센터에서 CVR 자료 인출 후 음성파일로 변환해 지난 4일부터 녹취록을 작성한 결과 항공기가 로컬라이저에 충돌하기 약 4분 전부터 저장이 중단된 것을 파악했다. 사조위 측은 "현재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FDR도 자료 저장이 마지막 4분간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항공운항 전문가들은 사고 여객기가 조류와 충돌한 후 양쪽 엔진이 고장이 나 '셧다운(공급 중단)' 상태에 빠지면서 기록이 끊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비행기 엔진이 정상 작동할 때 '제너레이터'라는 전기를 생성해주는 장치가 있는데, 이게 고장이 나면 비행기에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다"며 "조류 충돌 이후에 제너레이터가 고장이 나 기록이 중단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항공기 블랙박스는 전원이 공급되지 않으면 기록이 중단되는데, 실제로 사고기에는 비상용 배터리 역할을 하는 보조장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항공기 정비 부족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 교수는 "양쪽 엔진은 동시에 망가졌을 수도 있지만 비상전원까진 망가질 수 없다. (블랙박스) 내부회로의 정비 불량과 외부 엔진 고장이 겹치지 않고선 설명이 되지 않는 현상"이라며 "비상전원 관리부실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조위는 CVR과 FDR 외 다양한 자료에 대한 조사와 분석 등으로 정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CVR과 FDR 없이는 원인 규명이 제대로 될 수 없다고 우려한다. 김 교수는 "마지막 4분이 가장 중요한 자료라 사조위 조사가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며 "기장과 부기장 간 대화, 조종사가 로컬라이저를 보고 보인 반응, 기내에서 일어났던 각종 경고음 등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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