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항공 참사' 아닌 '무안공항 참사'로 불러야 한다?
지난달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승객 등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 끝에 위치한 콘크리트 둔덕에 충돌한 뒤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79명이 사망하고 비행기 후미에 탑승했던 승무원 2명만 구조됐다.
사고기인 제주항공 7C2216편은 이날 오전 1시 30분 태국 방콕을 떠나 오전 8시 30분 무안공항에 착륙 예정이었다. 항공기에는 승객 175명, 객실 승무원 4명, 조종사 2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다.
사고 직전 폐쇄회로(CC)TV에는 착륙을 준비하던 7C2216편의 한쪽 엔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에 항공기와 새가 충돌하는 '조류 충돌(버드스트라이크)'를 당한 것이 사고 원인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실제로 무안공항 인근에는 철새도래지 4곳이 자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안공항의 조류 퇴치 전담 인력이 4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번 참사가 무안공항 운영 소홀로 인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무안공항의 콘크리트 둔덕이 참사를 키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 규정에 따르면 항공기의 착륙을 도와주는 시설인 로컬라이저는 항공기 충돌에 대비해 쉽게 파손되는 물질로 만들어져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무안공항 콘크리트 둔덕은 법령위반에 가까우며, 둔덕이 없었다면 사상자가 줄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이번 참사의 공식 명칭을 두고 '무안공항 참사'라고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제주항공 승객이 무안공항에서 참사를 당한 거다" "많은 국민들은 이미 무안공항 대참사로 결정 내렸다" "철새도래지에 무리하게 지어진 공항이 관리도 제대로 안 돼서 발생한 사고다" 등 의견을 드러냈다.
◇ 제주도, 참사 명칭 수정 요청
10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제주도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문을 이달 초 행정안전부에 보냈다. 제주도의 내국인 관광객 감소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제주항공'이라는 명칭이 부각되면 '제주'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행안부는 "제주도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명칭 변경은 어렵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 국토부·유가족 "공식 명칭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명칭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자 국토부는 공식 명칭에 대해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라고 밝혔다.
10일 신광호 국토부 국장은 10일 오후 무안국제공항에서 정례 브리핑을 열고 "이번 사고를 두고 일각에서는 '무안공항 참사'라고 잘못 표현하고 있다. 그릇되게 불리는 것에 대한 지역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사고의 공식 명칭은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라고 강조했다.
브리핑에 참석한 박한신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가족협의회 대표도 "사람마다 불리는 명칭이 다른 것 같다"며 "국토부에서 이야기한 명칭대로 표현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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