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새해가 밝았지만 희망적인 것은 거의 없고 회색 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부터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2025년 국가예산안을 수립할 때만 해도 2,2% 정도의 성장률을 예상했으나, 연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1.8%로 낮추었다. 성장률이 떨어질 가능성은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에서 1.9% 성장 전망을 내놓았을 때 충분히 감지된 것이었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2024년 경제성장률 추정치도 하반기 성장률이 곤두박질 치면서 2.0% 선도 위험한 상황이다.
2025년 경제는 그 어느때 보다 불확실성이 높다. 미국 중심의 MAGA 경제의 기치를 흔들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은 미·중 패권 전쟁과 높아질 관세 장벽 등으로 글로벌 교역량 위축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대외 경제의 리스크는 환율에서부터 요동치고 있다. 연초부터 달러 당 원화 환율은 1470 원을 넘어 1500 선을 위협하고 있다. 엔 달러 환율도 달러 당 160엔 선에서 공방을 거듭하고 유로 달러 환율도 1:1 선에서 등락하고 있는 등 미국 달러화 강세가 2025년 벽두부터 심상치 않다. 미국 국채 금리가 치솟고 있어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의 1.0% 하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4.76%로 1%p 더 높아졌다. 글로벌 실물 경제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도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지난 10일 42,938.4를 기록하여 2024년 12월 초 최고점 45,073.6 대비 –6.96%로 하락했다.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도 적극적인 내수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5% 대 성장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지난 해 한국경제는 그나마 수출로 버티었다고 할 수 있다. 2024년 한 해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수출액은 6,838억달러로, 전년 대비 8.2%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이 43.9% 증가하고 대 미국 수출도 10.5% 늘어나고, 대 중국 수출이 6.6% 늘어난 것이 주 요인이다. 올해 경제도 반도체 수출이 여하히 될 것이냐가 관건이다. 미국의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지난해 7월 11일 5,931.8을 기록한 이후 지난 10일 5,037.5 (–15.1%)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2024년 수준을 유지하기 힘들 가능성이 높고, 자동차 등 다른 상품 수출도 적신호등이 켜지고 있다.
2024년 물가상승률은 2.3%로 안정되었으나 2022년 5.1%, 2023년 3.6%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2022년 이후 11.4%가 높아진 것이다. 지난 11월 기준으로 실업률 2.7%로 낮지만 지난 12월 기준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폭은 2003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제조업과 건설업 고용이 저조하고 자영업의 취업자수가 감소되고 있다. 정부 예산으로 만든 고령자 고용 증가에 따른 착시 현상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 일반 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3.4%를 기록하며 최고점을 찍었다. 실물 경제의 위축 현상이 경제 전반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2024년 경제를 지탱하여 왔던 수출마저 횡보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2025년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밑바닥 수준으로 떨어진 내수부터 신속히 진작시키는 것이다.
1차적으로는 금리의 추가적 인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의 인하 여부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가는 안정되었지만 요동치는 환율이 금리인하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달러 당 환율이 1500원을 위협하고는 있지만 이는 국내적 요인보다는 글로벌 강달러 기조에 따른 원인이 더 크다. 그러나 고금리에 고통받고 있는 국내 경제의 상황이 더 시급하다는 점에서 단계적 금리인하가 요구된다.
현 시점에서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경제 당국은 2025년 예산의 상반기 조기 집행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판단은 경기가 상저·하고 할 것이라는 낙관론에 따른 것으로 보이나, 올해 하반기에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주장의 논거는 그리 탄탄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의 진원지라 할 수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장벽의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는 상반기가 아니라 하반기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므로, 수출도 하반기가 더 걱정된다. 즉, 반도체 수출이나 대중 수출의 변동성도 하반기에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추경 편성을 망설이고 있는 이유는 2025년 예산 자체가 이미 78조 원 이상의 적자 재정으로 편성되어 있어 국가채무의 급속한 증가를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재정적자를 억제하려는 의지는 평가할 수 있지만 국민 경제가 위축되면 부가가치세는 물론이고 소득세 등 세수가 기존의 예상치보다 더 축소될 수 있음도 생각해야 한다. 현재의 우리 경제는 재정적자를 걱정하고 있을 정도를 한가롭지 않음을 인식해야 한다. 의사가 환자에게 스테로이드제를 투입하는 것은 스테로이드제의 부작용을 몰라서가 아니라, 일단 신체의 기력을 높여서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일 것이다. 추가경정 예산안이 편성된다면 단기적 경제 활성화 효과가 가장 높은 방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금리 인하든 추경 편성이든 타미밍을 놓치면 안된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