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세계 수익률 1위'로 떠올랐던 한국 증시 상승 흐름이 연이틀 하락으로 꺾여 버렸다. 모처럼 국내 증시로 돌아온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의 고금리·강달러 부담으로 다시 이탈한 영향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며 미국과 아시아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이번 주 경제지표 발표 결과에 따라 금리·환율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6.22포인트(1.04%) 내린 2489.56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7.63포인트(0.30%) 내린 2508.15에 출발해 장중 낙폭을 키우며 2500선을 내줬다. 코스닥도 0.54% 내린 713.98로 출발해 장중 낙폭이 커지면서 9.68포인트(1.35%) 내린 708.21에 마감했다. 외국인들이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8800억원, 400억원어치가량 순매도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에선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지난주 상승을 주도했던 대형주 업종 중심으로 하락이 나타났다"며 "단기 급등에 이은 차익 실현 매물과 함께 글로벌 위험자산 회피 심리로 (국내외 기관투자자가 여러 종목을 일괄 거래하는) '바스켓 매도'가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이탈한 것은 앞서 미국에서 시장 예상치를 넘어선 12월 비농업 고용 지표가 나오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약해진 결과다.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 위축, 달러 가치와 국채 금리 상승, 미국과 아시아 증시 하락 등 연쇄 반응을 일으켰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종합·S&P500·다우산업 지수가 일제히 1%대 하락 마감했고 13일 중국 상하이종합, 홍콩 항셍, 대만 자취엔 지수 등이 내리는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지난 3일부터 5거래일 연속 상승한 코스피, 지난달 30일부터 7거래일 연속 상승한 코스닥이 10일에 이어 2거래일째 하락하며 연초 상승분을 대폭 되돌렸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식시장이 예상치를 크게 상회한 고용지표 영향에 금리 인하 속도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하락 마감했다"며 "높은 시장금리 위협으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위축돼 아시아 주식시장이 동반 하락했고, 코스피에선 달러 강세 영향에 소폭 안정화됐던 환율이 재차 반등하고 외국인 자금 이탈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15일 금리와 환율에 주요 변수로 꼽히는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일정이 증시 반등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금융권을 필두로 이어질 기업들의 4분기 실적 발표 내용과 최근 급등한 미국 국채 금리 등이 미국 증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국채 10년물 채권수익률이 5%에 근접하면서 주식 매도세가 나타나고 S&P500 지수가 10% 이상 하락할 수 있다는 증시 전문가 전망을 인용 보도했다. 지난 2년간 호황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와 있다는 경고다.
환율 관점에서도 단기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주요국 금리차 축소, 경기 차별화 완화 등이 달러화 추가 강세 폭을 제한하겠지만 원화를 포함한 주요 이머징 국가 환율 불안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질 가능성은 잠재해 있다"며 "1~2월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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