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과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은 양자 기술 개발에 성과를 낸 대표적인 업체들로 꼽힌다. 이들은 이미 1990~2000년대부터 관련 연구를 개시했다. 대표적으로 IBM은 2016년 세계 최초 클라우드 기반 양자컴퓨팅 플랫폼을 자사 연구소·데이터센터 등에 구축했다. 1985년부터 양자 이론과 알고리즘 등을 연구해 온 성과를 처음으로 공개한 것이다. 이후 127큐비트(양자의 기본 단위) 양자 프로세서 '이글'을 2021년, 1121큐비트 프로세서 '콘도르'를 2023년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차세대 양자 프로세서 '퀀텀 헤론'을 공개했다. 퀀텀 헤론은 최대 5000개 게이트로 구성된 양자 회로 실행이 가능한데 이는 2023년 시연에서 실행된 게이트 수의 약 2배에 달한다. 양자 게이트 수가 더 많아질수록 더 복잡하고 정교한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
구글은 2006년 양자 알고리즘 연구를 개시했다. 이후 2012년 '퀀텀 AI' 연구소를 설립한 구글은 2019년 53큐비트 프로세서 '시커모어'를 발표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발표한 105큐비트의 차세대 양자 프로세서 '윌로'는 기존 슈퍼컴퓨터로는 10자(10의 25제곱)년이 걸리는 계산을 단 5분 내에 해결해 주목을 끌었다. MS도 2004년 '스테이션 Q' 양자컴퓨팅 연구소를 설립했고, 2017년 양자컴퓨팅 플랫폼 '애저 퀀텀'을 발표하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양자 솔루션을 제공했다. 그리고 2023년 양자 기술에 AI를 적용한 '애저 퀀텀 코파일럿'을 소개했으며 올해 CES에서도 양자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 '애저 퀀텀 엘리먼츠'를 전시했다.
양자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빅테크 기업들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IBM은 올해 중 4000큐비트급 양자 프로세서를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두 개 이상의 양자 프로세서를 모듈형 아키텍처로 연결해 단일 프로세서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더욱 높은 성능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구글은 자사 양자컴퓨터 고도화에 집중한다. 이를 토대로 2031년까지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MS는 올해 애저 퀀텀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양자컴퓨팅 생태계를 확산하고, 아톰 컴퓨팅과 협력해 올해 중 상업용 양자컴퓨터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렇듯 빠른 기술 개발 속에 IBM·구글 등은 2030년 전후로 양자컴퓨터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비록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등 본격적인 상용화까지는 20년은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하는 인사도 있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앞으로 5~10년 후면 양자 기술이 보다 널리 활용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전망이 나온다.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지난 9일 열린 '제4차 K-퀀텀스퀘어 미팅' 개회식에서 "10년 내에 양자기술 분야에서 산업적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게 중론"이라고 언급했다.
양자 기술의 빠른 상용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양자컴퓨터의 높은 오류율을 낮추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양자컴퓨터 오류율은 작업당 1% 정도로 추산되는데 큐비트 수가 증가할수록 오류율도 이에 비례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빅테크 기업들도 양자 오류 정정(IBM), 알파큐빗(구글) 등 오류율을 낮추는 각종 기술을 내놨다. IBM은 2029년에 오류 수정 기능을 갖춘 양자컴퓨팅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강조했고, 구글도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위한 총 6단계 로드맵 중 2~3단계에서 오류율을 더욱 낮추는 데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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