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이 올해 양자기술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은 여전히 양자기술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자기술에 대한 투자 규모와 개발 수준에서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양자 활용 분야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한국의 양자기술 수준은 주요 12개국 중 최하위로 평가됐다. 특히 양자컴퓨터 분야에서는 미국을 100점 만점으로 했을 때 한국은 2.3점에 불과했다.
양자기술 관련 논문 수에서도 한국은 1210건으로 세계 16위에 머물렀다.
투자 규모에서도 주요국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올해 약 10억 달러(약 1조5000억원)를 양자기술 연구개발(R&D)에 투자할 계획이며, 중국은 2021년부터 올해까지 약 22조원을 투입했다. 반면 한국 투자액은 미국과 중국 대비 10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한국은 중국보다 6년 늦은 2030년에야 50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주요국과 양자기술 자체를 두고 경쟁하기보다는 양자 활용 분야에서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한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한국은 양자기술 기초 분야에서 경쟁국에 비해 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양자기술을 활용해 시스템을 만드는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염 교수는 “특히 양자통신과 양자센서 등 시스템 및 소재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며 “양자기술 선진국과 협업하거나 국제 협의체 설립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국내 기업들은 양자기술 활용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양자센서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2023년 5월 과기정통부의 ‘양자기술개발 선도’ 사업에 참여했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열린 ‘센서 커버리지 2025’ 행사에서는 ‘스마트 공간을 위한 AI 서비스로서 감지’를 주제로 발표해 성과를 보였다. 또 LG전자는 미국 IBM, 네덜란드 큐앤코(Qu&Co)와 협력해 양자컴퓨팅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이동통신업계 역시 양자 통신 기술 발전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7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천문연구원(KASI)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위성 탑재형 장거리 무선 양자암호키분배(QKD) 시스템 개발’ 국책 과제를 수주했다. 글로벌 양자기업 IDQ와 협력해 구독형 양자암호 통신 서비스(QaaS)를 개발하는 데도 성공했다.
KT는 지난해 5월 고속 QKD 장비 개발에 성공했으며, 지난달에는 양자암호통신 운영을 위한 통합 관제 플랫폼을 구축했다. LG유플러스 역시 서울대와 협력해 QKD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염 교수는 “한국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전문가들과 협의해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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