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AI 반도체 수출통제'에 美업계·동맹국 강력 반발...트럼프 2기서 폐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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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기자
입력 2025-01-1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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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이어 EU도 반발 "EU는 美에 안보 위험아냐"

  • SIA "정권교체 앞두고 급하게 추진"

  • 엔비디아 "반중 표방하나...美 경쟁력 약화시킬 것"

  • '美우선주의' 트럼프, 정책 철회 가능성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내놓은 새로운 반도체 수출통제안이 중국뿐만 아니라 동맹국과 자국 기업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중국을 배제하면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혼란이 야기될 수 있어서다. 이번 정책이 시행되면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의 선도적 지위가 오히려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만큼 ‘미국 우선주의’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트럼프 2기’에서 철폐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가 동맹국과 자국 기업들의 반발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앞서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전 세계 국가를 3개 그룹으로 나눠 인공지능(AI) 칩 수출을 통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새로운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이날 발표했다. 한국을 포함해 일본, 대만, 독일, 네덜란드 등 미국의 핵심 동맹 18개국으로 구성된 ‘1단계 그룹’은 미국산 AI 칩을 지금처럼 제한 없이 구매할 수 있다. 반면 ‘적성국’에 해당하는 중국·러시아·북한·이란 등 총 22개국은 ‘3단계 그룹’으로 미국산 반도체 수입이 원천 차단된다. 동맹국과 적성국에 속하지 않는 나머지 국가인 ‘2단계 그룹’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 AI 반도체를 구입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동안 중국을 겨냥해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계속해서 강화해 왔다. 퇴임을 1주일 앞두고 나온 이번 조치도 기존의 수출통제 조치에서 한발 더 나아가 우방국 중심으로 AI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특히 제3국을 우회하는 경로로 중국 등지에 유입되는 사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FT는 “이 정책의 목적은 중국이 다른 국가를 통해 미국의 기존 규제를 우회해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조치가 공개되자마자 중국은 “다자간 무역 규칙을 명백하게 위반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뿐만 아니다. 미국 동맹국들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을 통제하겠다는 뜻으로, 향후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헤나 비르쿠넨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에 발표된 조치로 일부 EU 회원국과 그들 기업의 첨단 AI 칩 수출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EU는 미국에 경제적 기회이지 안보 위험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EU는 차기 미국 행정부와 ‘건설적으로’ 교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업계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중국 시장을 잃으면 기업들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해서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책이 급하게 추진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존 노이퍼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회장은 “이 정도 규모와 영향력을 지닌 정책이 정권 교체를 단 며칠 앞두고 업계의 의미 있는 의견도 배제한 채 급하게 추진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새로운 규칙은 전략적 시장을 경쟁자들에게 양보함으로써 미국의 경제와 반도체 및 AI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에 의도하지 않은 지속적인 피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의 영향이 가장 큰 엔비디아도 강력하게 반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은 17%에 달한다. 엔비디아는 자사 블로그를 통해 “이번 규칙은 ‘반중(anti-China)’을 표방하지만 미국의 안보를 강화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 세계 기술을 통제하고 미국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美우선주의' 트럼프, 정책 철회 가능성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이번 수출통제 정책을 폐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발표 120일 후에 발효될 예정이다. 한 업계 소식통은 FT에 “미국 정부가 이 같은 광범위한 단계별 규제를 시행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라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철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특히 중국 견제도 중요하지만 ‘미국 우선주의’ ‘친기업’을 내세우는 트럼프가 이번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FT는 트럼프 2기에 정통한 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가 아니면 아무것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테드 크루즈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텍사스) 겸 상원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주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규제를 예고하자 “이는 미국의 반도체 패권을 무너뜨릴 것”이라면서 연방정부의 조치를 뒤집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의회 심사법을 발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손에 달린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견제 정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날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해 4월부터 진행한 조사 결과 중국이 조선·해운을 '장악 목표 산업'으로 삼아 자국 산업에 특혜를 몰아준 것으로 판단했다. 이 같은 특혜와 보조금을 통해 중국의 글로벌 조선 산업 점유율이 2000년 약 5%에서 2023년 50%를 넘어선 반면 한때 세계 조선시장을 장악했던 미국의 점유율은 1% 이하로 추락했다는 분석이다.  

USTR은 트럼프 2기 출범이 임박한 이번 주에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최근 트럼프가 중국의 상업용·군용 조선산업 장악을 견제해야 한다며 동맹을 통한 해군력 강화를 언급해 온 점 등에 비춰볼 때 트럼프 2기에서 관세 등을 통해 중국 조선·해운업을 견제하는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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