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1월 20일)에 참석할 국내 인사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은 2017년 1월 트럼프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후폭풍 속에서 새로운 '슈퍼 파워'의 등장을 맞이하게 됐다.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커지는 불확실성 앞에서 기업은 물론 정·관계까지 나서 트럼프 취임식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트럼프 취임식과 당일 저녁에 열리는 무도회에 모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오현 SM그룹 회장과 허영인 SPC그룹 회장도 한미친선협회 추천으로 초청받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다.
이들 기업은 모두 미국 유통, 조선, 식품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거나 기대를 모은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신세계그룹은 2018년 미국에 진출해 현지에서 유통과 와이너리사업, 제조공장 등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성공 모델로 평가받는 스타필드 노하우를 미국 아울렛 매장에 적용할 수 있고, 연간 200만팩의 냉장·냉동 가공식품 공장 운영 능력을 바탕으로 미국 간편식 제조 사업을 검토 중이다.
SM그룹은 트럼프 당선자가 최근 한·미 조선 협력을 강조한 만큼 해운 사업과 대미 투자 협력 등을 기대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도 최근 미국 텍사스주 벌리슨시에 1억6000만 달러를 투자해 제빵공장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파리바게뜨는 2005년 미국에 진출해 현지 약 200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4대 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트럼프 취임식 기금으로 100만 달러를 기부한 현대차그룹에서는 호세 무뇨스 사장이 참석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전체 수출 물량의 55.6%를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 시장에서 달성했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 겸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도 트럼프 취임식에 초청 받아 참석을 검토 중이다.
정계에서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7명이 트럼프 취임식 참석을 위해 오는 18일 출국한다. 국민의힘 소속 김석기 외통위원장과 윤상현·인요한·김건 의원, 더불어민주당 소속 조정식·김영배·홍기원 의원 등이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트럼프 취임식 참석을 위해 워싱턴 방문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취임식 초청을 받았지만 대통령 탄핵 등 국내 상황을 고려해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오너들의 취임식 참석 가능성도 아직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2기 출범에 대표적인 미국통 인물들이 취임식에 불참하는 데는 불확실한 정치 상황과 관련이 깊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외 정치적 불안정으로 외교 공백 우려가 큰 상황인 만큼 개별 기업들이 민간 외교 역량을 강화하기에도 물리적 한계가 있다"면서 "조속히 국내 정치 불안을 해결하고 국가 간 리더십 공백이 해소돼야 민간 기업도 신바람나게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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