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금리 인하에도 찬바람"...공실 무덤된 지식산업센터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한승구 수습기자
입력 2025-01-16 17:3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마곡 지식산업센터, 상가 공실 속출..."한 달 째 문의 없어"

  • 지난해 경매 나온 지식산업센터 1594건...23년만에 최대치

  • "내년까지 침체 이어질 것...분양 대신 임대 늘려야"

13일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 지식산업센터 마곡놀라움 1층의 상가들이 텅 비어있다 앞에는 임대문의라고 쓰인 종이가 붙어있다 사진한승구 수습기자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 지식산업센터 마곡놀라움 1층의 상가들이 텅 빈 채 '임대문의'  안내문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사진=한승구 수습기자]

"마곡놀라움의 월 임대료는 평당 4만원대 후반이었는데 지금은 평당 3만 5000원에서 4만원 수준이에요. 잔금을 못 치른 호실은 여기서 10% 정도 더 낮춰요. 2021년에 계약한 수분양자들이 공실에 따른 이자 부담이 계속 늘게 되면서 임대료를 계속 낮추는 겁니다." (마곡 일반산업단지 인근 공인 중개사) 

16일 방문한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지식산업센터 '마곡놀라움' 1층 상가엔 카페와 부동산 두 곳 외에는 텅 비어 있었다. 지난해 1월 29일 입주를 시작하고 1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절반 가량이 공실이었다. 

마곡놀라움은 지하 5층~지상 12층 규모로 각층마다 최대 24개 호실로 구성되는데, 한 기업이 한 층을 전부 사용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층이 절반 넘게 공실인 상태다. 비어있는 호실에는 '임대문의'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1층 상가에 입점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A씨는 "지금 입주 기업 비율은 전체 호실의 절반 정도"라며 "상가 계약은 한 달 넘게 거래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인근 마곡 일반산업단지의 지식산업센터 '마곡 아이파크 디어반'도 지난해 9월 준공을 마쳤지만 저층부 상가 호실은 다수가 비어있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B씨는 "후분양을 통해 일반 호실은 어느 정도 입주를 마쳤지만 상가는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고금리로 분양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임대 계약 위주로 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 장기화에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지식산업센터 시장의 한파가 길어지고 있다. 대출 규제와 과잉공급까지 맞물리며 공실마저 속출하는 분위기다. 이자 부담을 버티지 못한 수분양자가 경매로 물건을 넘기는 비율이 증가하면서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경매에 부쳐진 전국 지식산업센터는 총 1594건으로 전년(688건) 대비 131.7% 증가했다. 2001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대치다. 경매 물건으로 나온 지식산업센터는 2022년(403건)부터 3년 연속 오름세다. 

부동산 호황기인 2019년 지식산업센터는 초기 투자금이 적게 들고 주택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어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았다.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돼 각종 세제 혜택을 받고, 분양가의 80%까지 대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 고금리 상황과 경기침체가 겹치며 시장이 차갑게 식었다. 공실이 속출하면서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수분양자들이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을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오는 6월 준공 예정인 금천구 가산3차 SKV1센터 전용면적 86.61㎡은 분양가(18억원)보다도 5억3000만원이 낮은 12억7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지난해 분양한 영등포 C타워와 강서 지역의 한 지식산업센터는 계약금(분양가의 10%)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새로운 매수자를 찾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에 지식산업센터의 공급 과잉도 수익률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식산업센터114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전국 지식산업센터 연면적(사용승인 기준)은 2018년 229만3707㎡에서 2019년 364만9701㎡로 증가했다. 2020년 318만940㎡로 소폭 감소했으나 2021년 430만5166㎡, 2022년 482만3171㎡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지식산업센터 시장은 금융권의 강화된 대출 규제 영향으로 올해도 힘든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21일부터 일부 은행은 지식산업센터에 대한 대출상품(비주거용 중도금 집단 시설대)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최근 현장에서는 분양권 가격이 떨어진 곳은 잔금대출 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까지 낮추는 분위기다. 지식산업센터의 공실 문제가 더 악화될 경우 담보대출을 받은 입주 업체나 상가가 임대료를 미납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미분양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 금융권이 대출 차주에 대한 심사 요건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지식산업센터도 시장 침체에 따라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신규 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지훈 지식산업센터114 대표는 "올해 금리가 더 추가 인하된다고 해도 기존에 공급된 분양가가 높기 때문에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지식산업센터 모집 시 임대 비율을 늘리는 게 현실적으로 수요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