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이유 없이 구직활동조차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단순히 일자리 대책을 내놓는 것이 아닌 다방면의 정책을 복합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12월 고용동향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는 2857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15만9000명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취업자수가 21만8000명 줄어든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세를 나타낸 것이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내수와 관련된 업종의 취업자 감소폭이 컸다. 지난해 도매 및 소매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6만1000명 줄어들면서 전 업종 가운데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7년 연속 감소하고 있는 도소매업 취업자는 2020년 이후 가장 크게 줄었다.
고금리·고물가로 내수 판매가 주춤한 가운데 길어지고 있는 건설업 부진이 취업자 증가폭을 제한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조성중 기획재정부 인력정책과장은 "건설업이 안 좋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감소폭이 예상보다 컸다"며 "성장률 전망도 지난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생각한 것보다 미치지 못하면서 고용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올해도 고용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생산연령인구 감소폭이 커지면서 고용 공급에 충격을 주고 있다. 길어지는 내수부진, 트럼프 2기에 따른 통상압력 등은 대내외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수요에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조 과장은 "건설경기가 언제쯤 회복되는지에 따라 올해 취업자 목표치 달성 여부를 내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쉬었음 11.5만명↑…70세 이상 제외 전연령 확대
별다른 이유 없이 학업·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쉬었음 월 평균 인구는 246만7000명으로 전년 대비 11만5000명(5.0%) 증가했다. 지난해 쉬었음 인구는 7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15~29세 쉬었음 인구는 42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2만1000명 증가해 2020년(44만8000명)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30대 쉬었음 인구는 전년 대비 2만9000명 늘어난 30만2000명으로 역대 가장 많다.
20대와 30대의 쉬었음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배경에는 최근 기업의 정기 공개 채용 감소, 공무원 인기 감소 등이 꼽힌다. 기업이 정기 공개 채용 대신 수시 경력 채용을 선호하면서 구직자들의 구직 의사가 줄었다는 의미다. 또 공무원 인기가 급감하면서 구직 활동자로 분류되던 공무원 시험 준비생도 줄었다.
첫 취업에 대한 불만족으로 쉬는 청년도 증가세다. 최근 청년 쉬었음 인구 중 직장 경험자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2024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비임금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15~29세에서 쉬었음을 선택한 이유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 '다음 일 준비를 위해 쉬고 있음', '몸이 좋지 않아서' 순으로 많았다. 직장에 대한 불만족과 적응 실패로 쉬었음을 선택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도 쉬었음 청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상황이 쉽지 않다. 정부는 이달 초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청년고용올케어플랫폼'을 확대할 것을 발표했다. 미취업 청년 대상 채용 박람회 등을 확대하고 고립·은둔 청년을 줄이기 위해 심리 상담 등 맞춤형 지원에도 나선다.
전문가들은 쉬는 청년을 줄이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 쉬었음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비정규직에서 시작하면 대기업 정규직으로 가기 어렵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일 것"이라며 "일자리 매칭에 그칠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R&D) 분야 육성, 중소기업 육성 정책 획기적 강화 등을 통해 청년이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가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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