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23분' 숨가빴던 체포작전…尹, 공수처 조사실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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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기자
입력 2025-01-1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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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1000명 투입 총력전, 매봉산 우회 기동 시선 분산

  • 집행 앞두고 경호처 압박·심리전 효과…큰 저항 없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경찰이 차벽을 넘기 위해 사다리를 설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경찰이 차벽을 넘기 위해 사다리를 설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새벽부터 6시간 넘게 이뤄졌던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의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 작전은 사상 초유로 현직 대통령을 조사실에 앉히면서 막을 내렸다.  

지난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경호처와 군 병력 등의 저항에 막혀 5시간 만에 물러나야만 했던 공조본은 이번 2차 영장집행을 앞두고 보다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경호처 주요 인사들을 소환 조사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으며 국방부를 통해 55경비단과 33군사경찰경호대의 비협조를 이끌어냈다.

공조본은 불필요한 충돌을 막고 경호처를 압도하기 위해 현장경험이 풍부한 서울·수도권 광역수사단 소속 형사를 투입하고 진입조와 체포조·호송조 등 역할을 미리 분담했다. 

지난 1차 당시 공수처 30명, 경찰 120명이 투입됐던 것과 달리 공수처 40명, 경찰 수사관만 1000여 명이 투입됐다. 인근 질서유지에 나선 경찰병력까지 합치면 54개 부대, 3200명에 달한다.

이 같은 준비에도 ‘15일 오전 5시’라는 작전시간 사전 노출로 지지자들의 저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전날 3자 회동까지 빈손으로 끝나 경호처의 저항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했다.

당초 알려진 것보다 1시간 이른 이날 새벽 4시 10분쯤 공수처 차량이 한남동 관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1시간쯤 전부터 경찰 기동대가 배치돼 질서 관리를 마쳤다. 기동대 일부는 전날 밤부터 체포조의 진입로를 확보한 상태였다.

오전 5시 20분경 공수처는 경호처와 윤 대통령 변호인단에 체포영장을 제시했다. 변호인단은 체포·수색영장에 지난 1차 때와 달리 ‘형사소송법 제110조, 제111조 제외’ 문구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에 공수처 측은 관저·사저·안전가옥에 대한 수색을 명분삼아 맞섰다. 일출 전과 일몰 후에도 가능하다는 문구도 새로 추가됐다.

이후 국민의힘 의원 수십명이 체포조 진입을 가로막고, 일부 시위대까지 난입하면서 현장은 한동안 교착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6시 30분경에는 윤 대통령 체포를 반대하던 중년 여성이 바닥에 쓰러져 소방에 의해 응급 처치를 받기도 했다.

비슷한 시간 일부 경찰 체포조가 관저 정문이 아닌 매봉산 등산로 쪽에서 목격됐다. 공관 입구 쪽에서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 경우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경로다. 정문을 통할 거란 예상을 깨고 경호처의 시선을 분산하기 위한 작전이었다.

경찰은 사전에 준비한 대로 사다리와 철조망 대비용 절단기를 투입했고, 만일에 대비해 크레인 등 중장비도 대기했다. 결국 7시 30분경 경호처가 설치한 차벽을 사다리로 넘어 철조망을 제거한 뒤 관저 정문 1차 저지선을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경호처 요원들과의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수사관들이 1차 저지선에 설치된 철조망을 절단할 때도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았다. 공조본의 압박과 심리전이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둔 셈이다.

실제 경찰은 앞서 박종준 전 경호처장 등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경호처 내 분열 분위기를 감지하고, 영장 집행에 협조하는 직원은 선처하고, 저지하는 직원은 현행범 체포하겠다는 계획을 사전 예고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공조본은 커다란 저항 없이 7시 46분에 2차 저지선을 우회 통과하고 8시 24분에는 철문과 차벽이 쳐진 3차 저지선 앞에 도착했다.

공조본은 변호인단,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함께 관저 내부로 들어갔고, 관저동에서 대통령의 조사방법과 이동방법 등을 두고 협상에 돌입했다. 대통령 측은 막판에 자진 출석 카드를 제시했지만, 공수처 측은 “그런 전례가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공조본은 2시간에 걸친 협상 끝에 오전 10시 33분 영장을 집행해 윤 대통령을 체포했다. 윤 대통령은 경호처 차량에 탑승해 10시 53분 경기 과천시 공수처로 이송됐다. 이렇게 6시간 23분에 걸친 현직 대통령 체포작전은 2번의 시도 만에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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