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1기 시절에는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도 코스피는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2기는 더 강경해진 관세 정책, 국내 기업에 대한 이익 눈높이 하향 조정 등의 변수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자의 집권 1기 시기였던 2017년 1월 20일부터 2021년 1월 20일 코스피지수는 2072.79에서 3114.55로 50.30% 상승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됐던 2018년 코스피는 17.28% 하락했다.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트럼프 당선자가 내세우는 정책 중 보편 관세, 대중국 관세 등에 대한 우려가 큰 이유다. 트럼프 당선자는 취임하면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미·중 무역분쟁 당시 한국도 유탄을 맞았던 만큼 대중 관세도 우려 요인이다.
관세 공포는 현실화 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난 우리의 관세와 수입세, 외국의 원천에서 들어오는 모든 수입을 징수할 대외수입청을 만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세청이 미국 납세자의 세금을 걷는 것처럼 관세를 걷을 별도 기관을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트럼프 관세 정책과 관련해 실제 피해가 가시화 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역전쟁은 2018년 3월부터 시작됐지만 관세로 인해 국내 수출이 정점을 지나 감소한 건 10월"이라고 분석했다.
관세 영향이 있기까지 시간이 소요된다고 보더라도 올해 국내 기업의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큰 점도 불안 요소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이 1%대인 점을 감안하면 실적 전망치는 더 내릴 것으로 보인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2025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315조9000억원 수준이다. 영업이익률은 8.7%로 추정됐다. 감익을 고려하면 새해 주가 상승세가 가팔라 밸류에이션 매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견해도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앞으로 국내 경제는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내수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며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제시한 전망치(1.9%)를 밑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취임 이후 미·중 무역분쟁 심화와 미국 제조업 회복 모멘텀 부진으로 한국 수출 둔화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며 "수출을 선행하는 국내 상장기업들의 이익 모멘텀은 하향 조정되고 있는데 4분기 실적 시즌을 지나면서 추가 이익 하향 조정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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