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니티 컨소시엄 간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교보생명의 중장기 사업계획에도 차질이 전망된다. 풋옵션 가격 협상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신 회장이 소송전을 택할 수도 있어 경영 리스크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 회장이 재무적 투자자인 어피니티 컨소시엄과 풋옵션 분쟁을 이어가면서 교보생명의 사업계획도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2025년을 목표로 지주사 전환을 준비해 왔지만, 지난달 국제상업회의소(ICC)가 앞서 1차와 다른 2차 중재 결과를 내놓으면서다.
2차 중재에서 ICC는 풋옵션 분쟁에 대해 신 회장이 어피니티 풋옵션 주식 공정시장가치를 산정할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해야 한다고 판정을 내렸다. 2021년 1차 판정 당시 어피니티가 제시한 가격으로 풋옵션 매수 의무가 없다고 했던 결과와 달라진 것이다.
문제는 지주사 전환에 금융당국 승인이 필요한데, 심사 과정에서 풋옵션 분쟁을 자세히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또 기업공개(IPO) 역시 분쟁이 해소되지 않으며 계속 미뤄지고 있다. 앞서 2021년 IPO 시도 때도 한국거래소는 상장 예비심사에서 어피니티와의 풋옵션 다툼 등 경영 안정성을 이유로 승인하지 않았다. 결국 풋옵션 분쟁 해결이 중장기적 사업 추진을 위한 선결과제인 셈이다.
신 회장은 2018년부터 어피니티와 분쟁을 이어오고 있다. 어피티니는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주당 24만5000원)를 인수하는 동시에 2015년까지 교보생명이 상장하지 못하면 신 회장에게 지분을 팔 수 있는 풋옵션 계약을 함께 체결했다. 그런데 기한 내 상장하지 못하면서 어피니티는 주당 41만원으로 풋옵션 인수를 주장하고 있다.
신 회장은 늦어도 이달 말까지 풋옵션 가격을 산정할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해야 한다. 이후 평가 보고서를 ICC에 제출하고, 어피니티와 가격을 조율하게 된다. 다만 양측이 제시하는 가격 차가 클 경우 협상은 더 길어질 수 있다.
여기에 신 회장이 소송전을 택하면 경영 리스크는 더 장기화할 수 있다. 신 회장이 어피니티가 지분을 매입했던 가격에 풋옵션 주식을 인수한다고 해도 1조2000억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피니티가 주당 매입가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전략상 시간을 지체할 수 있는 소송을 택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어피니티는 이미 6년째 풋옵션을 행사하지 못해 빠른 청산이 필요한 만큼 분쟁이 장기화할수록 제안가를 낮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신 회장 측은 “2차 중재판정 취소 등 법적 절차를 고려하고 있다”며 “이번 판정은 1차 중재판정의 기판력을 위반한 중대 사례로 중재판정 취소나 중재판정 승인·집행 거부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고 소송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감정평가기관을 찾는 중으로 안다”며 “분쟁을 계속 끌고 가면 양측 모두한테 좋지 않기 때문에 적당한 가격을 찾아서 끝내는 방향이 최선이겠지만, 오래 끌어온 문제인 만큼 해결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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