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체감 경기도 악화일로인 가운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동결을 택하면서 또다시 '실기론'에 직면했다.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1%대 저성장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유동성 공급 등 경기 부양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1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원·달러 환율 급등과 물가 불안을 이유로 금리를 현 3.00% 수준으로 묶었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물론 올해 전망치까지 모두 낮춰야 할 정도로 경기 상황을 심각하게 보면서도 다소 모순적인 결정을 한 셈이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정국 혼란도 한국 경제에 예상보다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만 해도 계엄 여파로 4분기 성장률이 0.1%포인트 정도 깎일 것으로 봤지만 이날에는 0.2%포인트 이상 하락한다고 추산했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 2% 사수도 불투명하다는 의미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도 기존 1.9%보다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정국 혼란에 따른 소비·투자 위축,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수출 둔화 등 복합 위기가 닥친 탓이다. 정부는 이미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내린 바 있다.
정 의원은 "민생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금리 인하가 필요한데 동결은 강한 유감"이라"며 "2월에는 부디 죽어가는 한국 경제를 살리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반드시 금리를 인하해 달라"고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실기론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하며 "경기만 보면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하지만 워낙 대외 불확실성이 크다. 숨을 고르고 정세를 파악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사이클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통화정책에 모든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과 별개로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관련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밑으로 떨어졌고 정치 등 여러 이유로 국내총생산(GDP) 갭(마이너스 폭)도 늘어나는 상황이라 통화정책 외에 추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경 규모는 15조∼20조원 규모를 제안했다. 경제성장률을 0.2% 정도 보완하는 수준이다.
이 총재는 "(추경) 발표가 늦어지면 각 기관 전망에 반영되기 어렵고 경제 심리에도 영향을 준다"며 "전 국민 대상으로 지원금을 줄 것이 아니라 타깃을 정해 지원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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