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수급이 위축된 가운데 기관투자자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졌다.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하는 기관투자자 사이에서도 투자성향이 확연히 구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투자자 가운데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등이 포함된 '금융투자'는 2일부터 16일까지 신한지주를 총 651억원 순매수했다. 이어 HD현대일렉트릭과 메리츠금융지주를 각각 약 401억원, 324억원을 사들였다. 하나금융지주 및 고려아연도 287억원, 253억원을 기록했다.
금융투자는 대형 금융주와 산업재 종목에 집중하며 안정성과 배당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등이 속한 '연기금'은 기술주와 배터리 관련주에 집중하며 성장성과 장기적 시장 잠재력을 반영하는 매매 성향을 나타냈다. 연기금은 불과 12거래일 만에 1조1418억원 넘게 사들였다.
이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526억원, 1646억원을 사들여 IT 섹터에 대한 지속적인 신뢰를 드러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663억원을 순매수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각각 607억원, 594억원을 샀다.
펀드자금으로 운용되는 투자신탁은 에너지 및 항공우주 산업에 대한 관심과 함께 배당과 성장의 조화를 찾는 투자전략이 돋보인다. 순매수 상위 종목은 SK이노베이션(651억원), SK하이닉스(540억원), 삼성전자(313억원), 유한양행(298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195억원) 등이다.
보험사는 전통적인 대형주와 신성장 산업에 대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순매수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189억원), LG에너지솔루션(142억원), 유한양행(99억원), 아모레퍼시픽(91억원), SK이노베이션(84억원)으로 비교적 안정성이 높은 종목들로 구성됐다.
사모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종목은 레인보우로보틱스(272억원), 유한양행(238억원), 에코프로비엠(113억원), JYP Ent.(93억원), 하이브(78억원)다. 상대적으로 미래지향적 투자전략을 반영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로봇 공학 및 엔터테인먼트 관련 종목에 주목했다.
은행권에서는 안정적인 금융권과 함께 고수익을 노릴 가능성을 가진 게임 종목을 선호했다. 순매수 상위 종목은 기업은행(34억원), 크래프톤(34억원), KB금융(34억원), 삼성화재(33억원), 하나금융지주(31억원) 등이다.
기타 금융사는 대형 IT와 바이오 종목을 중심으로 미래가치와 기술 혁신을 고려한 투자 전략을 선보였다.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SK스퀘어(82억원), 삼성전자(60억원), SK하이닉스(10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9억원), 두산(8억원) 등이 자리 잡았다.
전문가들은 연기금과 투신사의 IT 및 에너지 산업 중심 투자 성향이 AI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와 맞물려 긍정적인 결과를 나타낼 것으로 봤다. 반면 사모펀드와 기타금융사가 택한 종목은 성장 잠재력이 크지만 시장 변동성에 민감하기 때문에 다소 모험적인 투자전략이라고 평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투자와 연기금은 안정성과 성장성을 아우르는 대형주를 선호했고, 사모펀드는 혁신적이고 고성장 가능성이 큰 중소형주에 초점을 맞췄다”며 “보험 및 투신사는 전통적 접근 방식을 기반으로 안정성과 성장의 균형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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