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난해 경제 성장률이 5%로 정부 목표치 ‘5% 안팎’에 부합하면서 중국 증시 주요 주가지수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작년 4분기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깜짝 성장’을 보였음에도 ‘트럼프 2기’ 출범 등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로 상승 폭은 제한적이었다.
17일 상하이종합지수는 5.79포인트(0.18%) 오른 3241.82, 선전성분지수는 60.23포인트(0.60%) 상승한 1만161.32에 장을 마쳤다.
대형주 벤치마크 지수 CSI300과 기술주 중심의 창업판은 각각 11.96포인트(0.31%), 15.92포인트(0.78%) 상승한 3812.34, 2067.27로 마감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0%를 기록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는 로이터·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4.9%를 웃도는 수준으로, 중국 지도부가 설정한 목표치 ‘5% 안팎’을 달성했다.
특히 중국의 4분기 성장률은 5.4%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직후인 2023년 2분기(6.3%) 이후 6개 분기 만의 최고치다. 전문가 전망치 5.0%도 훌쩍 뛰어넘었다.
중국 지도부가 9월 말부터 내놓은 금리·지급준비율 인하, 부동산 안정대책 등 일련의 경기 부양책과 ‘트럼프 2기’ 대비에 따른 수출 급증이 4분기 경제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발표된 작년 12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도 각각 전년 동월 대비 3.7%, 6.2% 증가하며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했다.
다만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인한 미중 무역전쟁과 여전한 디플레이션 우려,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대규모 부양책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중국의 올해 경제 성장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홍콩 핀포인트 자산운용의 장즈웨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9월 정책 기조 전환은 4분기 경제 안정에 도움이 됐지만, 경제 모멘텀을 강화하고 회복세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크고 지속적인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은 반도체주가 다시 강세를 보였다. 중국이 '미국의 불공정 경쟁'을 문제 삼아 미국산 성숙 공정 반도체 제품에 대한 반덤핑·반보조금 조사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게 호재로 작용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중신궈지(SMIC)는 6% 넘게, 2위 피운드리 화훙반도체는 3% 가까이 올랐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전날 상무부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한동안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업계에 대량의 보조금을 지급해 미국 기업이 불공평(불공정) 경쟁 우위를 얻었으며, 중국에 성숙 공정 반도체를 저가로 판매해 중국 국내 산업의 합법적 권익을 훼손했다는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국내 업계의 우려는 정상적인 것으로 무역 구제 조사 신청을 할 권리도 갖고 있다"면서 "조사기관은 중국 법규에 따라, 또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준수하면서 국내 산업의 신청·요구를 심사할 것이고 법에 따라 조사를 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대형 부동산업체 완커(萬科·Vanke)는 최고경영자(CEO)가 경찰에 체포됐다는 소식에 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지면서 3.63% 급락했다.
한편 홍콩 항셍지수도 0.34% 오른 1만9589.84를 기록 중이다. 역시 반도체주 SMIC와 화훙반도체가 각각 8%, 4% 넘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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