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일 현직 대통령으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내란 수괴 및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전 세계 주요 외신들도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아울러 외신들은 윤 대통령 구속 이후 그의 지지자들이 구속 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 난입해 기물을 파손하고 경찰관을 습격하는 등 난동을 부린 것에도 주목했다.
미국 AP통신은 "윤 대통령의 구속은 그의 길어지는 구금 기간의 시작을 의미한다"며 "이는 수개월 혹은 그 이상 길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윤 대통령이 체포 상태에서 구속 상태로 바뀐 것을 지목하면서 "이러한 상태 변화는 윤 대통령이 빠른 시일 내에 출옥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가 유죄 처분을 받을 경우 무기징역 혹은 사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AFP통신은 "내란 혐의를 뒷받침하는 수많은 증거"를 감안할 때 윤 대통령의 구속은 이미 예상됐다며, "법원은 윤 대통령이 증거를 인멸하려는 시도에 상당한 비중을 두었다"고 유정현 변호사 겸 정치 칼럼니스트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외 워싱턴포스트(WP)는 윤 대통령의 곤경은 지난달 계엄령 선포에서 시작되었다며 "이는 한국 대통령들의 격동적인 역사에서도 극단적인 사건으로 손꼽힐 만큼 놀라운 일련의 사건이다"라고 평했고, 로이터통신은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자신이 내란을 주도했다는 혐의를 부인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노력을 차단하고 조사 참석을 거절해왔다"고 전했다. CNN은 "현재 한국은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다"며 이는 윤 대통령이 12월 3일 계엄령을 선포한 것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외신들은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그의 지지자들이 법원에 난입해 난동을 일으킨 것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로이터는 "법원이 윤 대통령 구금 기한을 연장한 이후 (윤 대통령 지지) 시위자들이 법원을 덮쳤다"고 했고, 블룸버그통신은 "일부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폭력적으로 돌변하면서 영장 발부 판결 이후 법원으로 난입했다"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수백 명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영장 발부 후 창문과 문을 부수고 윤 대통령의 이름을 부르며 법원으로 난입했다며 "윤 대통령은 민간 통치를 중단하려는 시도로 한국을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정치적 혼란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 매체도 관심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 매체들도 윤 대통령의 구속 및 지지자 난동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중국 국영중앙(CC)TV,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언론은 19일 새벽부터 윤 대통령의 구속 소식을 전하며 "한국 현직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펑파이신문은 "헌정 사상 최초로 한국 현직 대통령이 체포된 데 이어 구속까지 되면서 또다시 새로운 역사를 창조했다"며 이번 사건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에 관심을 보였다.
나아가 중국 언론들은 윤 대통령 체포 후 오히려 집권 여당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에도 주목했다. CCTV는 "최근 한국 여론조사를 보면 여당인 국민의힘 당 지지율이 상승하며, 최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보다 높다"며 "윤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지지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오히려 지지층의 단결을 촉진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짚었다.
일본에서는 공영 방송인 NHK는 “윤 대통령을 구속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9일 오후 대통령을 조사할 방침”이라며 “이에 반발한 지지자 일부가 법원 시설을 파괴하고 폭동으로 이어지는 사태가 발생해 한국에서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인터넷판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며 “(윤 대통령이) 내란을 주도한 혐의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또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내란 혐의 수사가 동시에 진행되는 이례적인 전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관련 소식을 긴급 속보로 타전하며, 윤 대통령의 일부 지지자들이 폭력 시위를 벌인 정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전했다. 요미우리는 “서부지법이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에 반발한 지지자들이 19일 새벽 법원 부지 내에 일시적으로 난입했다”면서 “경찰이 45명을 건조물 침입 협의 등으로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 역시 인터넷판 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와 함께 지지자들의 서부지법 난입 소식을 자세히 보도했다. 아사히는 “소화기 등으로 건물 유리창과 간판을 깨는 등의 폭동을 일으켜 한때 ‘무법지대’가 되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장 부근에는 여전히 일부 지지자들이 남아있어 경찰과 보도진에 대해 비판적인 말을 퍼붓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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