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법개정 논의에 해외 교수 "이사 충실의무 대상은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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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가림 기자
입력 2025-01-2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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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요 로스쿨 상법 전공 교수 10명 중 7명(68%)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라고 생각한다는 국내 경제단체의 설문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경제인협회는 한국경영인학회에 의뢰해 영국 케임브리지대, 미국 코넬대, 일본 히토쓰바시대 등 해외 주요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먼저 소속 로스쿨이 소재한 국가에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누구인지 묻는 말에 가장 많은 68%의 응답 교수는 '회사'라고 답했다. 이어 '회사와 주주'(32%), '주주'(8%), '회사·주주·이해관계자'(4%) 순으로 꼽아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라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드러났다.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외 주주와 이해관계자라고 본 응답자들에게 이유를 물으니 '회사와 주주의 이익이 일치하므로 회사와 주주의 구분은 형식적'이라는 응답이 28%로 가장 많았다.

'회사와 주주 이익은 자주 불일치하기 때문에'(16%), '소수주주 보호가 필요하기 때문'(16%) 등도 뒤를 이었다. 한경협은 해외 상법 전문가들도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인위적으로 분리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석했다. 회사와 주주의 이익이 별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다만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 소수 주주 보호에 효과적인지를 묻는 말에는 응답자의 48%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소수 주주 보호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응답도 28%에 불과했다. 부정 의견이 긍정보다 1.7배 많은 셈이다.

한국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를 주주로 확장하는 상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예상되는 결과에 대해선 가장 많은 52%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 충실의무가 회사법의 기본 원리이기 때문에 섣불리 법을 개정할 경우 기업 경영에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 '한국 기업의 가치를 올리는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36%), '이사의 주도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것'(28%) 등 부정적인 답변 비율이 높았다.

반면 '이사가 소수주주의 이익을 공정하게 고려하게 될 것'(28%), '한국 기업의 가치를 올리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8%)이라는 긍정적 답변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캐나다 뉴브런즈윅대 교수는 "일부 소수 주주만 보상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일본 히토쓰바시대 교수는 "회사의 장기적인 사업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이사의 재량권이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된다"고 했다. 

나고야 가쿠인대 교수는 "한국 기업들은 유럽과 미국의 행동주의 투자자의 먹잇감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한국경제인협회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인협회 전경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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