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미국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츠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4년 12월 31일까지 오픈AI, 앤스로픽,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폐쇄형 AI 모델을 만드는 업체에 총 375억 달러(약 54조5000억원)의 투자가 유치됐다. 반면 메타, xAI, 미스트랄AI 등 오픈소스 AI 모델 업체에는 같은 기간 총 149억 달러(약 21조6000억원)의 투자가 유치됐다. 전반적으로 폐쇄형 AI 모델에 시장의 투자가 쏠린 셈이다.
보고서가 주요 AI 업체들의 누적 투자 금액을 추산한 수치에 따르면 오픈AI는 지난해 12월 31일까지 누적 191억 달러의 투자금을 모았다. 그 뒤를 xAI(121억 달러), 앤스로픽(115억 달러), 인플렉션(150억 달러), 문샷AI(150억 달러), 미스트랄AI(100억 달러), 바이추안AI(100억 달러)가 이었다. 1억 달러 이상을 유치한 LLM 기업 중 오픈소스 기반은 xAI와 미스트랄AI 두 곳이고 나머지는 모두 폐쇄형 모델이다.
그나마 지난해 12월 xAI가 60억 달러(약 8조8000억원)의 투자를 추가로 유치했고, 미스트랄AI가 지난해 6월 6억 유로(약 9000억원)의 투자를 받아내며 최근 들어 오픈소스 AI 업체들에 대한 투자는 늘어나고 있다. 벤치마크(성능 평가) 결과 오픈소스 모델의 전반적인 성능이 폐쇄형 AI 모델의 성능과 맞먹는 것으로 나타나는 사례가 잦아지면서다. 다만 이 역시 상당수 투자는 xAI와 미스트랄AI 등 일부 업체들에 쏠리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문제 때문인지 xAI, 미스트랄AI 등 자사 주요 언어모델을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한 업체들도 가장 성능이 좋은 플래그십 모델 등 일부 모델에 대해서는 아직 외부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xAI는 지난해 3월 '그록(Grok)'을 오픈소스로 전격 공개했지만, 그록2는 아직 폐쇄형 모델로 분류된다. 미스트랄AI 역시 '미스트랄 미디엄'과 '미스트랄 스몰' 등의 일부 언어모델은 오픈소스로 풀지 않았다.
보고서는 현실적으로 오픈AI 'GPT', 앤스로픽 '클로드', 구글 '제미나이' 등의 폐쇄형 AI 모델과 성능 면에서 직접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오픈소스 모델을 내놓을 수 있는 업체는 메타, 엔비디아, 알리바바 등 정도로 봤다. 메타는 '라마' 시리즈로 글로벌 오픈소스 AI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엔비디아는 지난해 10월 오픈소스로 공개한 매개변수 720억개의 'NVLM-D-72B'이 GPT4o, 클로드 3.5 소네트 등 최신 모델과 대등한 성능을 보이고 있다. 알리바바 역시 지난해 9월 오픈소스 모델 큐원(Qwen)의 신규 모델을 전격 공개하며 주목받았다.
보고서는 또 앞으로 일부 빅테크 기업들을 제외한 오픈소스 AI 업체들은 파라미터가 큰 LLM로 직접적으로 폐쇄형 AI와 성능 경쟁을 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의 소형언어모델(SLM)을 만들어 각 산업별 특화 영역을 공략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고 짚었다. 각 산업별로 특화된 용도로 쓰이는 언어모델의 경우 굳이 아주 큰 규모의 모델이 필요하지 않은 데다가, SLM이 LLM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학습·추론 등의 비용이 적기 때문이다.
가령 지난해 독일의 대표 AI 기업인 알레프 알파(Aleph Alpha)는 지난해 8월 오픈소스 기반 SLM인 70억 파라미터의 '파리아(Pharia)'를 공개했는데, 파리아는 자동차·엔지니어링 등 제조업 영역에 최적화된 SLM으로 평가받는다. 프랑스의 라이트온(LightOn) 역시 400억 파라미터의 언어모델 'Alfred-40B-1023'을 지난 2023년 7월부터 오픈소스 모델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역시 의료·금융 등 특정 영역에서의 활용을 내세웠다.
다만 빅테크 기업들도 오픈소스 기반의 SLM을 잇따라 출시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파이(Phi)'와 구글의 '젬마(Gemma)', 애플의 '오픈ELM' 등이 대표적이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연구 목적도 있지만, 자사의 '엣지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기 위해 빅테크 기업들도 SLM 출시에 가세했다고 봤다. 경량화된 AI 모델을 통해 스마트폰, 자동차 등 다양한 기기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 AI'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