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취임날...젠슨 황의 베이징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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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5-01-2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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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중 반도체 갈등 속 중국,대만행

  • 베이징지사 춘제 행사서 'AI' 강연

  • '맞수' 화웨이 트리폴드폰에 감탄도

  • 中매체 "중국시장 중요성 보여준것"

사진웨이보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19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지사 연례 춘제맞이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사진=웨이보]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20일) 전날 중국 베이징을 찾아 중국 시장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미·중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예고되는 가운데,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한층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화웨이 트리폴드 폰에 연신 감탄사

20일 중국 펑파이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황 CEO는 전날 저녁 엔비디아 베이징지사의 연례 춘제(春節·음력설) 맞이 행사에 참석해 AI를 주제로 연설했다.

황 CEO는 연설에서 "우리는 새해 시작과 함께 'AI'라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축하하고자 여기에 모였다"며 "60여년전 상용 컴퓨터가 만들어지고나서 오늘날 AI가 출현하기 전까지 새로운 돌파구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AI는 이제 더 이상 놀라운 기술이 아닌, 모든 사람의 일상에 스며든 기술이 됐다"며 "나는 매일 AI에게 수많은 질문을 하고, AI를 멘토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는 교육 뿐만 아니라 의료 유통 교통 농업 등 모든 분야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CEO는 또 중국 사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엔비디아가 중국에 진출한지 25년이 됐다며 수년간 60%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고도 전했다. 그러면서 엔비디아의 AI 개발 소프트웨어 쿠다(CUDA)를 사용하는 중국 개발자 수는 150만명으로, 현재 엔비디아는 약 3000개 중국 스타트업과 협력하고 있다며 지난 20여년간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시장과 국가 중 하나의 현대화를 위해 함께 기여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황 CEO는 특히 "엔비디아 중국내 직원 이직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연간 이직률이 0.9%에 불과하다"면서 "일부 기술 기업의 연간 이직률이 20%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라고 밝혔다. 이어 "엔비디아에 입사하면, 나와 함께 늙어간다는 뜻이고, 나는 이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다"고도 덧붙였다.

중국 반도체 산업 전문 매체인 신둥시(芯東西)에 따르면 황 CEO는 이날 현지 매체와 중국어를 섞어가면서 이야기하는 등의 교류의 시간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가장 좋아하는 중국 요리는 라쯔지(辣子鷄, 닭고기와 고추를 볶은 쓰촨 요리)다”, “선전은 가장 젊은 도시로 매번 갈 때마다 색다르다”라고 밝히는 등 중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엔비디아의 맞수’로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는 중국 빅테크 화웨이의 세계 최초 트리폴드(3단 접이식) 폰도 직접 체험하며 "믿을 수 없다(Unbelivable)", "놀랍다(Incredible)"는 감탄사를 연발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19일 화웨이 트리폴드폰을 체험하며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사진웨이보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19일 화웨이 트리폴드폰을 체험하며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사진=웨이보]
 
1년만에 또 중국행···젠슨황의 중국 사랑

황 CEO는 앞서 15일 광둥성 선전지사 연례회의에 참석하며 방중 행보를 시작했다. 17일엔 고향인 대만을 찾아 대만 반도체 패키징 업체 SPIL 새 공장을 방문하고,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의 웨이저자 회장과 오찬을 하고, 엔비디아 대만 지사 웨이야(종무식)에 참석한 데 이어 18일엔 대만의 반도체 공급망 기업 고위층과 미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베이징 지사 춘제(음력 설) 행사에 참석한 황 CEO는 엔비디아 연구개발(R&D) 센터가 있는 상하이 지사 연례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황 CEO는 지난해에도 춘제 연휴를 앞두고 중국·대만을 방문했으며, 특히 상하이 지사 연례회의에 참석해 동북 전통 의상인 붉은색 꽃무늬 털조끼를 입고 무대 위에서 직원들과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이 화제가 된 바 있다.

특히 올해는 미국이 첨단 AI 반도체에 대한 신규 수출 통제 정책을 발표하고 중국이 엔비디아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개시하는 등 민감한 시기인만큼 황 CEO의 방중 행보에 더 관심이 집중됐다. 엔비디아의 매출에서 중국 지역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7%에 달할 정도로 중요한 시장이다.

젠슨 황 CEO의 중국행은 트럼프 취임식(20일)과 맞물려 이뤄진 것도 눈길을 끈다. 트럼프 취임식에 테슬라, 아마존, 메타, 틱톡 등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의 수장들이 참석하는 것과 달리 황 CEO는 불참할 예정이다. 미·중 갈등 속 그만큼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중국 제일재경일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황 CEO의 이번 방중은 중국 지사의 설 축하 행사와 내부 회의를 위한 것이라고만 밝혔다. 한 중국 소식통은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민감한 상황인 만큼, 중국 관료와의 면담은 불확실하다며 만남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비공개로 이뤄질 것으로 관측했다.

이번 황 CEO의 방중에는 엔비디아 글로벌 수석 부사장 제이 푸리가 동행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 직후 베이징에서 왕서우원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과 만나 엔비디아의 중국내 사업 발전 등을 논의한 바 있다.

중국 관영언론이 젠슨 황 CEO의 방중에 의미를 부여한 것도 눈길을 끈다. 20일 중국 영문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사평에서 "미국이 중국 기술기업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엄격한 조치를 취해 미·중간 기술 협력에 전례없는 도전을 가져왔지만, 이번 젠슨 황 CEO의 방중은 중국 시장이 엔비디아와 글로벌 기술 산업에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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