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공식 취임식이 20일(이하 현지시간) ‘북극 한파’로 40년 만에 실내에서 열린다. 이번 취임 행사에는 2억달러(약 2900억원)가 넘는 역대 최고 수준의 기부금이 모여 2017년 1월 트럼프 당선자의 첫 번째 취임식보다 성대하게 치러질 전망이다. 특히 4년 만에 백악관에 재입성하는 트럼프 당선자는 취임 첫날 불법 이민자 추방, 관세 인상 등 200여건이 넘는 무더기 행정명령을 쏟아내며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당선자는 취임을 하루 앞둔 19일 J.D. 밴스 부통령 당선자와 함께 워싱턴 D.C.의 알링턴 국립묘지 무명 용사 묘역을 찾아 헌화했다. 이어 대통령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서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조찬을 가진 뒤 백악관 인근 대형체육관에서 열린 지지자들의 승리 집회에 참석해 연설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자는 18일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워싱턴 D.C.로 이동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취임식 당일인 20일 오전 8시 백악관 북쪽 라파예트 광장 건너편의 세인트존스 성공회 교회에서 예배를 보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한다. 이는 전통적인 미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식 첫 일정이다. 이후 트럼프 당선자와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차담을 나눈다. 퇴임 대통령 부부가 차를 마시며 신임 대통령 부부를 환영하는 이 행사 역시 전통이다.
공식 취임식은 이후 미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개최된다. 당초 취임식은 의사당 서쪽 계단에 설치된 야외 특설 무대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이날 북극 한파가 불어닥치면서 트럼프 당선자의 결정에 따라 의사당 중앙홀(로툰다)로 옮겨졌다. 미 대통령 취임식이 실내에서 진행되는 것은 1985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취임식 이후 40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준비위원회는 국회의사당 앞 야외무대에서 행사를 여는 것을 전제로 약 22만장에 이르는 초청장을 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툰다의 수용 가능 인원은 600명 정도여서 미 전직 대통령과 정계 핵심 인사, 해외 정상 등으로 참석 인원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취임식에는 외국 정상 중 강성 우파 지도자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참석한다. 세계 최고 갑부 1~3위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회장,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도 함께 자리한다.
취임식은 밴스 부통령 당선자의 취임 선서, 컨트리음악 가수 캐리 언더우드의 공연, 트럼프 당선자의 취임 선서 및 취임사, 유대교·이슬람교·개신교·천주교 성직자의 축도, 오페라 가수 크리스토퍼 마치오의 미국 국가 연주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퍼레이드도 실내서…백악관 행정명령 서명식 후 3차례 무도회
트럼프 당선자는 정오(한국시간 21일 오전 2시)에 맞춰 선서함으로써 제47대 대통령으로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이어 그는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송별한 뒤 의사당 상원 회의실 바로 옆의 ‘대통령의 방’으로 향해 서명식을 한다. 의사당에서 백악관까지 이어지는 펜실베이니아 애비뉴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퍼레이드는 의사당 인근의 대형 실내 경기장인 ‘캐피털원 아레나’에서 실내 행사로 거행된다.
이후 트럼프 당선자는 의회 합동위원회와 오찬을 하고 군 사열을 한 뒤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로 이동해 첫 공식 업무에 돌입한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어 3차례의 공식 취임식 무도회에 참석하는 것을 끝으로 긴 하루를 마칠 예정이다.
한편 이번 2기 취임식에는 1기를 뛰어넘는 자금이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취임식을 위해 현재까지 모금된 금액은 2억달러(약 2900억원) 이상”이라며 “8년 전 모금액(1억700만 달러)의 두 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값비싼 VIP 티켓이 매진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뉴욕타임스(NYT)는 “100만 달러(약 14억6000만원) 이상을 기부하면 받을 수 있는 취임식 VIP 티켓은 행사 정원이 꽉 차 판매가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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