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유관기관이 '공모가 뻥튀기'와 '좀비기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상장 전 IPO 주관사와 참여 기관투자자의 책임 강화, 상장 후 코스피·코스닥 저성과 기업의 퇴출 절차 단축, 퇴출 요건 확대를 예고했다.
21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은 '지속적인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한 IPO 및 상장폐지 제도개선 공동세미나'를 개최하고 IPO 제도개선 방안,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과 더불어 주식시장의 진입과 퇴출 측면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되어 왔다"며 "IPO시장(진입)이 단기차익 투자 위주로 운영됨에 따라 공모가와 상장일 이후 주가흐름에 왜곡이 발생하고, 완화적인 상장폐지(퇴출) 요건과 절차로 인해 저성과 기업의 퇴출이 지연되고 있어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둔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기관투자자 대상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제도가 도입된다. 7월부터 기관 배정 물량 30%, 내년부터 40% 이상을 의무보유 확약 기관에 우선 배정한다. 의무보유 확약 최대 가점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한다.
비우량채를 45% 이상 편입하는 하이일드펀드, 벤처나 '벤처해제 7년 이내'인 코스닥 기업에 50% 이상 투자하는 코스닥벤처펀드 등 정책펀드는 앞으로 15일 이상의 최소 의무보유 확약을 한 물량에 대해서만 공모 물량 5~25% 별도배정 혜택을 부여받을 수 있다. 혜택 일몰 기한인 2025년말 일몰 연장 여부와 확약기간 상향 조정 필요성을 검토한다.
4월부터 수요예측 참여 기관의 의무보유 확약 위반, 미청약·미납입 등에 대한 협회차원의 제재는 10~20%의 예외를 제외한 대다수 사례에 대해 참여제한이 부과되도록 운영한다.
작년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 참여 건수가 평균 1900건에 달할 정도로 과열된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해 참여자격 요건도 강화한다.
7월부터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사모운용사·투자일임회사는 기존 고유재산 참여시 있었던 등록기간·총위탁재산 규모 자격요건(2년·50억원 또는 300억원)을 펀드·일임재산 참여시에도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공모주 배정 시 거래실적이 없고 실체성 파악도 어려운 외국 기관투자자를 주관사가 원칙적으로 배제해 재간접펀드, 해외 페이퍼컴퍼니 등을 이용한 우회적 참여도 제한한다.
수요예측 마지막 날 참여 쏠림 방지를 위해 도입된 '초일참여 가점제'의 역효과로 나타난 '초일 쏠림'을 줄이기 위해 4월부터는 수요예측 기간 1~3일차 가점 부여 수준을 낮춘다.
상장 주관사가 합리적 공모가 산정과 중·장기 투자자 확보에 힘을 쏟도록 유도하기 위해 관련 역할과 책임을 강화한다. 주관 수수료 극대화를 위한 IPO 흥행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7월부터는 주관사가 코스닥 상장사 상장예비심사 신청 6개월 이내에 취득한 사전취득 주식에 대해 더 강한 보유의무가 적용된다. 공모가가 사전취득가보다 30% 이상 높으면 6개월, 이 '괴리율'이 30% 미만이면 3개월간 의무 보유해야 한다.
주관사가 만드는 '공모주 내부 배정기준'에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 방법, 그룹(Tier) 설정 및 그룹별 할당 기준, 가중치 부여 기준 등을 담고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 금융 당국은 이 기준을 따르는 공모주 배정은 자본시장법상 '차별배정 금지 위반'으로 지적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위는 상반기 중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의를 통해 코너스톤투자자 제도와 사전수요예측 제도 도입을 재추진할 방침이다. 일정기간 보호예수를 조건으로 특정 기관투자자에 공모주 사전 배정을 허용해 중장기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기관투자자 투자수요를 사전 파악할 수 있게 해 시장의 평가를 고려한 적정 공모가 산정을 돕는다는 것이다.
IPO를 통한 기업의 증시 진입 과정에선 기관투자자·주관사 역할을 강조했다면, 상장폐지 제도개선을 통해 상장 후 증시에서 경쟁력 없는 기업의 퇴출을 가속화한다.
기준이 과도하게 낮아 지난 10년간 발생 사례가 없었던 재무적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한다. 내년부터 2029년까지 단계별로 코스피·코스닥 상장 유지를 위해 충족해야 하는 기업의 시가총액과 매출액 기준을 높인다.
우선 상장 유지를 위한 시가총액을 내년 코스피 200억원, 코스닥 150억원으로 높이기 시작해, 2028년까지 코스피는 현행 10배인 500억원, 코스닥은 7.5배인 3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매출액 기준은 2027년부터 단계별로 높여 2029년까지 코스피 300억원(6배), 코스닥 100억원(3.3배)으로 조정한다. 성장 잠재력이 높지만 매출이 낮은 기업을 고려해 최소 시가총액(코스피 1000억원, 코스닥 600억원 이상)을 충족하면 매출액 요건은 면제한다.
금융당국과 유관기관은 이미 상폐 절차에 있거나 2024년 신규 상장한 종목을 제외하면, 코스피 62개사(788개사 중 8%), 코스닥 137개사(1530개사 중 7%)가 이 방안에 따라 상향된 시총·매출 기준 미충족으로 퇴출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 7월부터 비재무적 상장폐지 요건도 강화돼 앞으로 2회 연속 '감사의견 미달(한정·부적정·의견거절)' 기업은 즉시 상장폐지된다. 회생·워크아웃 기업에 제한적인 추가 개선기간은 허용한다.
코스닥에만 있던 분할재상장(인적분할 수 신설법인 상장) 시 존속법인 상장폐지 심사제도를 코스피에도 도입한다.
상장폐지 심의 단계와 기업에 부여하는 개선기간을 축소한다.
코스피에서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 발생 시 개선 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실질심사 사유 발생 시 개선 기간을 4년에서 2년으로 줄인다. 코스닥에서도 실질심사 사유 발생 시 개선기간을 2년에서 1년6개월로 줄이고 3심제 심의를 2심제로 줄인다.
형식·실질 사유가 모두 발생하면 심사를 병행하고, 상장폐지 결정이 하나라도 나오면 상장폐지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폐지 심사기간 기업이 거래소에 제출하는 '개선계획'의 경영상 비밀 외 주요 내용을 공시하게 해 투자자에 대한 정보 공시를 확대한다.
내년부터 상장폐지 후 금융투자협회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 K-OTC를 활용한 주식거래를 지원한다. K-OTC에 '상장폐지기업부(가칭)'를 신설해 상폐 후 6개월간 거래를 지원하고 이후 협회 평가를 통해 적정하다고 판단되면 거래를 이어나갈 수 있게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