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20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취임 연설에서 예상과 달리 중국에 대한 어조가 한결 부드러워진 것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 연설에서 그간 예고해왔던 중국에 즉각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단지 그가 취임 전부터 예고해 온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하나로 "파나마 운하 운영권을 가져오겠다"고 말하는 도중 중국을 한 차례 언급했을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파나마 운하를 운영 중"이라며 "우리는 그것을 중국에 주지 않았다. 우리는 그것을 파나마에 줬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되찾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취임 첫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을 미국에서 75일간 계속 운영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틱톡금지법’ 시행을 75일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에 우호 제스처를 보내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사실 이러한 긍정적 기류는 취임식 이전부터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화통화에서 대화와 협력 의지를 보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후 100일이내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밝히면서다.
중국도 이에 긍정적으로 화답하며 미국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중국 국영중앙(CC)TV 21일 “중국은 미국과 파트너이자 친구가 될 의향이 있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며 “미국이 중국의 발전 경로와 의도를 올바르게 바라보길 희망한다”고 했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이날 CCTV를 통해 "미·중이 양국 관계의 다음 단계를 위해 긍정적인 기조를 만들어 미국 대통령 취임과 함께 양국 관계가 안정적인 출발을 하도록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중국과 미국이 고위급 교류를 긴밀하게 유지한다면 난제를 해결하고 양국 관계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우신보 상하이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주임도 펑파이신문에 "중·미 관계가 비교적 긍정적인 출발을 보여줬다"며 "이는 미·중 양국이 대화와 협상, 전략적 소통을 통해 양자 관계의 문제를 해결하고, 트럼프 2기 출범 후 발생할 수 있는 미·중 간 마찰이나 대립을 피하고자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다만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한 발언을 자제하고 있음에도, 중국은 언제든 발생할 트럼프발 불확실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홍콩 성도일보는 사평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우호 제스처는 단지 '선우후적(先友后敵, 처음에 친구였다가, 나중에 적이 되다)’이라는 수법에 불과하다"며 "중국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 없이, 단지 트럼프에 적극 협조하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사평은 앞서 트럼프 1기때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정상회담 이후 갑자기 태도를 바꿔 '관세 몽둥이'를 휘두르는 것을 경험한 중국으로선 미국과의 갈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사실상 없다며, 단지 자국 경제발전과 민생 개선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중국으로선 미국과의 정면 충돌을 늦추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우호 제스처에 적극 화답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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