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란 정체성을 관객들과 함께 완성한다. 남녀노소 모두가 만들어가는 ‘미래 운동회’를 비롯해 관객이 직접 1980년 5월의 광주 군중이 되는 공연 등 ACC만이 펼칠 수 있는 특별한 공연과 전시가 올해 내내 이어진다.
이강현 ACC 전당장은 21일 서울 정동 1928 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10주년 주요 사업’을 소개했다.
ACC는 연령, 장애 여부 등을 초월해 누구든 몰입할 수 있는 예술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 전당장은 “2023년부터 개관 10주년 TF를 구성했다”며 “기존의 상투적인 틀을 넘어서는 차별적이고 획기적인 것들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고 강조했다.
먼저 초대형 특별전 ‘미래 운동회’를 오는 4월부터 6월까지 복합전시1관에서 선보인다. 미디어아트, 스포츠, 게임을 융합한 관객 참여형 운동회다. ‘미래 운동회’는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미디어아트를 운동회라는 친숙한 방식으로 재해석해,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ACC와 일본 야마구치 정보예술센터(YCAM)가 협력해, 땅따먹기 등의 종목을 사전 개발했다. 물론 관객들은 해커톤을 통해 종목을 개발하고 게임도 할 수 있다.
이 전당장은 “‘획기적인 것을 해보자’는 생각에 미디어 운동회를 마련했다”며 “YCAM의 포맷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았다. 형태만 갖고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줄다리기, 이어달리기 등이 초등학교 소멸 등의 문제로 불가능해진 상황”이라며 “자그마한 체육관에서 최소한의 영상 장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운동회를 해보자는 생각에서 ‘미래 운동회’가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참여자들은 AI 로봇 등과 소통하면서 놀이를 즐길 수 있다. 김지하 학예연구관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경우 말을 하는 주체가 AI 로봇이다”라며 “로봇이 주문을 외우고 말하면, 참여자들이 AI와 소통하면서 술래나 반칙을 정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여러 관객의 ‘달리기’도 데이터베이스화해 어제의 기록과 오늘의 기록이 경쟁할 수 있다”며 “흥미롭고 재미있는 게 많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ACC만이 지닌 공간의 특성도 강화한다. ACC는 5.18 민주화운동의 마지막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 부지에 세워졌다.
‘소년이 온다’를 통해 광주의 아픔을 세계에 알린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는 전시가 관람객들과 만난다. 미술과 문학을 연계하는 ‘말과 그림과 역사라는 이미지’(12월 10일~2026년 3월 1일)는 아시아의 시각 예술, 문학, 대중문화 속의 군중 이미지를 제시한다. 한강 작가를 비롯해 이응노, 윤형근, 윤석남, 레나도 하블란, 이반 사기타 등의 작가가 참여할 예정이다.
이응노의 ‘군상’ 연작, 윤형근의 ‘다색’, 박인경의 ‘풍경’ 등 5.18의 영향을 받은 작품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1980년 광주의 5월, 1973년 태국 학생시위, 1988년 미얀마의 8888 시위 등 아시아 각국의 ‘군중 이미지’를 제시한다. 이어 한강의 ‘채식주의자’ 등을 통해 ‘군중 이루기’를 전 지구적 가치로 확산한다.
나은 학예연구사는 “한림원은 한강 작가의 작품이 증언 문학에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며 “그에 상응 및 호응하는 미술의 장르가 무엇일지 고민하던 중 군중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이응노 작가의 작품 등 민주화 운동의 이미지를 포착해서 보여주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18이 지닌 의미를 아시아로 확산하고, 문학과 미술의 장르적 혼합을 통해 담론을 확산해보자는 목표로 준비 중이다”라고 부연했다.
5월 공연 ‘나는 광주에 없었다’를 통해 관객들은 45년 전인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당시 현장도 직접 느낄 수 있다. ‘나는 광주에 없었다’는 1980년 5월, 격리되고 차단됐던 열흘간의 광주민주화운동의 전모를 전달하고 관객들 스스로 체험할 수 있게 만든 관객참여형 공연이다. 서정완 연출가는 “공연을 관람하다가 시위가 시작되면 (관객들이) 우유 박스 등을 들고나와 시위에 참여하며 스탠딩으로 바뀌는 식”이라며 “관객들이 같이 투쟁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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