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중앙홀에서 열린 취임 연설에서 "우리는 그린뉴딜을 끝내고 전기차 의무를 철회해 자동차 산업을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의무화 정책이 종료되면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의 50%를 전기차로 하겠다는 목표가 철회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지급도 중단된다.
◆한·미·일 HEV 경쟁 촉발···광물도 새 과제로
이렇게 되면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완성차업계는 하이브리드차와 내연기관차 판매에 집중하는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이 폐지되면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에서 전기차를 12만4065대 판매했다. 이는 그룹 현지 전체 판매량 중 7.3%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보조금 철회가 공식화되면 현대차그룹으로선 7500달러 규모에 해당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전기차를 팔 수밖에 없고 하이브리드, 내연기관 확대로 수익성을 보완해야 한다. 다만 미국 하이브리드 시장의 70%는 도요타, 혼다가 차지하고 있어 나머지 시장에서 가격, 마케팅, 품질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하이브리드차를 22만2486대 판매해 약 11.7% 점유율을 차지했다. 현지 자동차 판매 1위인 GM과 3위 포드가 전기차 사업을 미루며 하이브리드에 집중할 여력이 커진 점도 경쟁을 촉발할 요인으로 지목된다.
◆신재생업계 '긴장' 배터리 '혼란 가중'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뉴딜’ 종료에 국내 신재생에너지 기업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전통 에너지가 대세로 떠오르면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기업의 영향력이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친환경 보조금 축소로 인한 사업성 악화 등으로 미국 내 신재생 발전 프로젝트에 직접적인 타격이 발생하고 신재생에너지 관련 부품 제조 및 솔루션 기업 등도 대미 수출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에서는 현재 한화솔루션, OCI홀딩스 HD현대에너지솔루션 등이 미국 태양광 시장에 진출해 있다. 이들 기업은 일단 상황을 좀 더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은 폭증하는 미국의 전력 수요를 원전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트럼프의 반친환경 정책으로 신재생 에너지 사업의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질 순 있지만 위축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의 직접적인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높은 인건비 등 부담에도 IRA 등에 대한 기대로 북미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한 바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은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을 신시장 개척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K 등 대미 투자 어쩌나···미국 사업 안갯속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해 온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은 이미 보조금 규모를 확정지었지만 실제 지급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공장을 짓는 대가로 각각 47억4500만 달러(약 6조9000억원)와 4억5800만 달러(약 6600억원)를 받기로 했으나 트럼프 정부가 지원 규모를 줄이거나 계약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가 보조금 지급 기조는 유지하면서 새로운 조건을 달거나 추가 투자를 요구할 수 있다”며 “만약 보조금이 축소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인건비와 건설비가 비싼 미국 투자 계획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에 짓는 공장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370억 달러(약 53조2700억원)를 들여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과 첨단기술 연구개발(R&D) 시설을 건립 중이고,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달러(5조 5700억원)를 들여 반도체 패키징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수출 규제 강화로 국내 기업의 중국 내 공장 생산에 제약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단 판단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곧 중국 압박과 연결되는 만큼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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