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에스동서가 올해 자회사 아이에스해운을 정리한다. 지난 2020년 글로벌 해운 호황 당시 호기롭게 해운업 진출을 선언했지만, 지속되는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15년 만에 사업 정리에 나선 것이다. 아이에스해운은 2022년부터 총부채가 자산규모를 넘어서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2023년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이에스동서에서 신규선박 취득을 위한 자본금 120원을 출자해 아이에스해운에 투자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해운업 호황에도 불구하고 중소 해운사들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갖춘 대형 조선사들은 홍해 사태 등으로 급증한 물동량을 적극 대응하며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중소 해운사들은 시장 대응의 한계에 부딪친 것이다.
21일 해운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시장 호황 속에도 자금난과 경영난 등을 이유로 한국해운협회(해운협회)를 탈퇴하는 회원사들이 늘고 있다. 해운협회는 현재 HMM, 현대글로비스, 팬오션 등 대형 해운사를 포함해 국내 160여개의 외항사를 회원사로 보유하고 있다.
해운협회는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열린 2025년도 정기총회에서 폐업하거나, 협회비를 장기체납한 26개 회원사에 대해 퇴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협회를 탈퇴한 26개 회원사 중 20곳이 폐업 및 영업중단, 해운업 철수 등을 이유로 해운협회를 떠났다.
대표적인 탈퇴 회원사로는 △부국해운 △서일에이젼시 △쉬핑뱅크 △오션해운 △유진해운 △CJ대한통운 △아이에스해운 △HJ중공업 등이 있다. 탈퇴 회원사 대부분이 적게는 수천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회원비를 체납해 이들의 미수금 규모는 약 10억6167만원에 달했다.
이는 해운업 호황으로 전례 없는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대형 해운사와는 대조되는 분위기다. 실제 해운업계 1위인 HMM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50% 증가한 3조2195억원을 돌파할 예정이다. 매출 역시 1년 전보다 35% 늘어난 11조3429억원이 예상된다.
이처럼 해운업계의 양극화가 심화하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자금적인 여유가 있는 대형사들은 고가의 컨테이너선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소형사는 벌크선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해운동맹 체제인 컨테이너선과 달리 벌크선 시장은 완전경쟁 체제로 투기적 수요에 취약한 데다 글로벌 건설 경기 위축 등으로 벌크선 운송 수요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한 탄소 배출규제까지 강화되면 중소 해운사들의 경영 부담이 한층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선 이대로라면 HMM 등 거대 해운사만 살아남고 중소 해운사는 몰락해, 국내 해운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단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 해운사는 미국과 유럽에서, 중소형 해운사는 아시아 노선 등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며 한국 해운 시장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소 해운사들의 몰락은 곧 해운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경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정부 지원책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