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한마디에 국내 증시가 널뛰기 장세를 보였다. 4년 만에 복귀한 트럼프 대통령은 전보다 강력해진 '미국 우선주의 시대'를 내세웠다. 이에 글로벌 자본시장이 본격적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변동성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가운데 이차전지, 친환경 관련 종목은 일제히 약세를 보인 반면 조선업, 우주항공 관련주는 강세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취임 연설에서 무역시스템 재점검과 외국에 대한 관세 부과(확대) 방침을 밝히고, 배출가스 규제 및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포함된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산업정책인 '그린뉴딜'의 종료를 선언했다. 또한 지구온난화 등에 대응하기 위한 파리기후협약 재탈퇴 등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전기차를 다른 기술보다 우대하고 구매를 사실상 의무화하는 불공정한 보조금과 기타 잘못되고 정부가 강요하는 시장 왜곡의 폐지에 대한 검토하라"고 명시했다. 또한 모든 정부 부처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인프라법에 따라 책정한 자금의 지출을 즉각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전기차 충전소용 자금도 포함된다. 향후 IRA에 따라 전기차 구매자에 제공한 세액공제 혜택도 사라질 예정이다.
이와 함께 "(파리 기후협약은) 불공정하고 일방적인 강도질"이라고 강조했다. 우주항공 사업과 관련해 "화성에 성조기를 꽂기 위해 미국인 우주비행사를 보내는 등 별을 향해 우리의 '매니페스트데스티니'(명백한 운명을 의미하는 미국 영토 확장 관련 표현)를 추구할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과 행정명령 여파로 이차전지 관련 종목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대표적인 이차전지 종목인 포스코퓨처엠(-9.88%), 에코프로비엠(-8.62%), LG에너지솔루션(-4.32%), 삼성SDI(-3.90%) 등은 하락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대부분 상승했다. 조선업은 대표적인 트럼프 수혜 업종이다. HD한국조선해양(1.84%), 한화오션(5.60%), 삼성중공업(1.33%) 등 국내 조선 3사는 장중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우주항공 관련 계획 등 발언에 해당 테마 종목인 파이버프로(9.76%), 이수페타시스(7.51%), AP위성(7.19%), 쎄트렉아이(6.95%), 한화시스템(6.54%) 등은 오름세를 나타냈다.
남북경협주도 영향을 받았다. 그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정은과 매우 우호적이었고, 그는 나를 좋아했다"며 "나는 그를 좋아했고 매우 잘 지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은)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세력)다. 우리는 잘 지냈다. 그가 내가 돌아온 것을 반기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남북경협 테마로 묶인 자화전자(5.63%), 지엔씨에너지(5.62%), 조비(4.41%), 일신석재(3.92%) 등은 강세를 나타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 방산, 반도체, 원전, 전선, 재건 업종과 테마가 상승한 반면 이차전지, 건설, 화학 업종과 테마는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외국인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상승 출발했던 코스피·코스닥은 약보합으로 마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02포인트(0.08%) 내린 2518.03에 마감했다. 외국인은 1735억원어치를 순매도했으며, 개인과 기관은 각각 552억원, 617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추가 하락을 방어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1.59포인트(0.22%) 하락한 726.07에 장을 종료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52억원, 111억원어치 순매도했으며 개인은 66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연구원은 "순매수하던 외국인 투자자는 트럼프 관세 보도 이후 일제히 순매도 전환하며 지수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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