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용의 비욘드 ESG] 계엄이 돈벌이? 극우 유투버들 '슈퍼챗' 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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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입력 2025-01-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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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국회의 탄핵안 가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 서울서부지방법원의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 구속영장 발부 등 숨 가쁘게 이후 사태가 전개되고 있다. ‘헌정사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 중이다. 탄핵 인용과 대통령 선거 실시 등으로 그렇게 긴 시간이 흐르지 않아 큰 매듭이 지어지겠지만, 일련의 흐름을 둘러싼 평가와 반성, 시스템의 근본적인 정비 논의가 수습과 함께 본격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구속 영장이 발부된 19일 오전 2시 50분 이후 발생한 서부지법 난입 사태 또한 같은 수식어를 단 충격적인 사건이다. 19일 2시 53분에 공수처가 영장 실물과 기록을 수령했고, 2시 59분에 영장 발부 사실이 언론에 공지되며 이날 새벽 서부지법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윤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들이 법원에 난입한 사태는 12월 3일 계엄군의 국회 진입과 마찬가지로 법치주의를 부정하고 반헌법적 만행을 저질렀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군에 의한 국회, 시위대에 의한 법원 침탈 중 중요도나 파급력은 당연히 계엄군이 국회라는 헌법기관에 투입된 사건이 더 크다. 그러나 법원  난입은 더 심각한 함의를 갖는다.

경찰이 서부지법 난입 사태와 관련하여 6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는데, 그 가운데 유튜버 3명이 포함됐다는 사실은 상징적 장면이다. 유튜버 3명은, 어느 매체에서 ‘증오의 수익화’라고 적절하게 작명한, 헌정사상 최초를 넘어서 인류문명에서 전례가 없는 일대 사건이 발생했다는 표지이다. 공론의 장이 밥벌이의 장에 오염돼 민주주의의 근간이 뒤흔들린 일이 그동안 없지 않았지만 유튜버라는 밥벌이가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문제는 유튜브라는 매체가 진입이 용이한 반면 파급력이 크다는 사실이며 공론의 장 왜곡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극우 유튜버는 증오를 판매하고 공론의 장을 왜곡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건전한 여론 형성을 침해한 주범의 하나로 꼽힌다.

어느 매체에서 극우 유튜버들이 계엄과 탄핵 국면을 한탕 기회로 활용해 올린 ‘슈퍼챗’ 수입을 분석했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1차 체포영장 집행 이후 18일간의 슈퍼챗 수입을 분석한 결과, 극우성향으로 분류되는 유튜브 채널 5개가 벌어들인 돈은 2억7447만원으로 분석했다. 하루 최고 1705만원의 수입을 올린 채널도 확인됐다. 광고수입은 별도다.

이들이 전체적인 수익 규모를 파악할 수 없지만 광고에다 ‘슈퍼챗’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구독자도 급증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 이후 여론조사에서 응답률이 올라간 것과 극우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증가 사이엔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 정치 고관여층이 움직이고 있는데,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과 체포 이후엔 보수 쪽에서 더 강력하게 집결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정치 유튜브 채널에 긍정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제도권이나 레거시 미디어에 대안이 돼 시민의 정치욕구를 해소한다는 측면은 분명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규제와 책임의식이 부재한 가운데 휴대폰 하나로 돈벌이가 되는 생계형 유튜버들에게 사건의 해석이 아닌 사건의 창출로 돈을 벌려는 유혹은 강력한 것이다. 공론의 장은 논의의 장이지 폭력의 장은 아니다. 사건을 중계하고 해석하는 1인 미디어는 대안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지만, 사건을 직접 일으키고 중계하고 해석하며 확산하는 1인 미디어는 선을 넘어도 많이 넘었다. 특히 사건을 일으키는 데 일조한 이유가 돈벌이일 혐의가 강할 땐 그들의 도덕성이 크게 훼손된다.

■ 미국 국회의사당 폭동과 다른 점=일각에서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미국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사건과 서부지법 난입 사태를 비교하며 유사점을 거론한다. 분명 유사점이 있기는 하다. 특히 정치 지도자의 적극적 선동이 개입한 점은 거의 똑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부정을 주장하고 “우리는 죽도록 싸울 것(We fight like hell)”이라며 폭동을 부추겼다. 법치주의를 부정하고 지지자 선동을 이어가며 헌법 밖의 뒤집기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이번 정치적 격변기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큰 축인 사랑제일교회 전광훈씨는 “국민저항권을 발동했다. 국민저항권은 헌법 위에 있다”며 “국민저항권이 시작됐기 때문에 우리는 윤 대통령도 구치소에서 데리고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극렬 지지자들의 폭력 행위를 선동한 셈이며, 서부지법 폭동에서 기름을 들이부어 불씨가 튀기를 유도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서부지법 난입 이후에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유명 극우 유튜버 10명에게 설 선물을 보낸 행위 또한 전씨의 선동과 궤를 같이한다. 권 위원장이 선물을 보낸 유튜버는 ▲‘고성국TV’ 고성국 ▲‘공병호TV’ 공병호 ▲‘그라운드씨’ 김성원 ▲‘김상진TV’ 김상진 ▲‘김채환의 시사이다’ 김채환 ▲‘배승희 변호사’ 배승희 ▲‘성창경TV’ 성창경 ▲‘신남성연대’ 배인규 ▲‘신의한수’ 신혜식 ▲‘이봉규TV’ 이봉규인데, 부정선거 음모론을 전파하고 이번 서부지법 폭동 사태에서 현장에 있던 극우 유튜버들이 포함됐다.

국민의힘의 유튜버 선물 공세에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내에서도 비판이 줄을 이었다. 대표적으로 유승민 전 의원은 “‘불법 폭력 사태가 어제 바로 있었는데 설 선물을 보내? 이게 뭘까?’ 국민의힘이 지금 어떻게 보면 점점 극우화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유튜버는 대안언론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유튜버가 일종의 대안언론인 것은 사실이지만, 서부지법 난입을 계기로 대안언론보다는 대안적 돈벌이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확신으로 바뀐 상황을 권 대표가 외면했다는 데에 있다.

대안언론이라면 마찬가지로 언론윤리를 지켜야 하고, 대안적 돈벌이라면 직업윤리와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 돈벌이가 헌법 위에 존재하는 위태로운 지경을 우리는 서부지법 난동을 통해 목도했다. 돈벌이는 헌법이든 법이든 무엇이든 넘어서려는 속성을 갖기에 이제 헌법과 법치는 공론의 장에 개입하는 대안언론의 대안적 돈벌이를 법의 테두리 안으로 어떻게 데려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다=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 제법 알려진 학자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같은 저서로 많은 독자를 확보했다. 유튜버의 대안언론 기능과 대안적 돈벌이의 한계 설정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에 관한 논의와 맥을 같이한다.
샌델은 시장경제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게 되는 것, 즉 시장사회화하는 데 따른 문제는 재화·용역이 시장 내에서의 거래가능성, 다시 말해 상품화만을 존재의 잣대로 설정하는 데서 야기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당연히 ‘도덕적 가치’에 관한 판단이 결여된다. 유튜버가 영상 콘텐츠라는 서비스를 유튜브라는 자본주의 플랫폼에 던져 돈을 버는 행위는 철저하게 거래가능성에 복속된다. 유튜브에선 미약한 수준으로 도덕적 판단이 작용할 뿐이고, 판단의 작용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사례는 드물다.

센델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시장의 도덕적 한계를 공정성과 부패라는 두 가지 쟁점으로 논했다. 공정성에 입각해서는,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팔 때 평등하지 못한 조건이나 경제적 필요성의 긴박한 정도에 따라 생겨날 수 있는 불평등이 지적된다. 굶주리는 가족을 먹여 살리려는 절박한 이유에서 어떤 농부가 자신의 신장이나 각막을 팔겠다고 동의할지 모르겠으나 이 동의의 자발성과 진정성에는 분명 의문이 제기될 법하다.

부패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비판자들은 시장의 가치평가와 교환이 특정 재화와 관행을 변질시킨다고 주장한다. 특정 도덕적·시민적 재화는 사고팔 때에 가치가 감소하거나 변질된다는 견해다. 부패의 관점에 입각하면 거래의 계약 조건이 공정하다고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 평등한 조건과 불평등한 조건 아래서 부패 쟁점은 모두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대안언론으로서 유튜버는 도덕적·시민적 재화를 사고파는 일을 한다. 따라서 서부지법 폭동에 휴대폰을 들고 광기의 현장에 뛰어들어가 불법 점거와 폭력을 행사한 행위는 샌델이 말한 ‘부패’에 해당한다. 서부지법 폭동은 관심을 기울여 존속시켜야 할 비(非)시장 규범을 시장가치가 밀어낸 전형적인 사례에 속한다.

이 ‘부패’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는 한 서부지법 난동에서 드러난 유튜버의 대안적 폭력은 앞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피냄새를 맡은 상처처럼 돈맛을 본 유튜버들은 앞으로도 계속 ‘부패’의 유혹을 강하게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샌델은 “시장에 속한 영역과 ‘비시장 영역’의 구분이 민주주의 사회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말한다. 시장과 비시장의 구분, 나아가 특정 재화와 용역이 두 영역 중 어디에 속하는지를 판정하려면 사회적인 논의와 결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은 당연히 도덕적이며, 그렇다면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정치의 본령은 도덕적인 결정을 다루는 것이다.

서부지법 난입 사태와 별개로 이번에 드러난 유튜버의 공론의 장 파괴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고 또 필요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샌델의 말대로 시장경제를 가진(having a market economy) 시대에서 시장 사회(being a market society) 시대로 휩쓸려가게 될 것이다. 돈벌이가 일상적으로 헌법보다 더 큰 가치로 추앙되는 시대를 맞는다는 뜻이다. 이번 서부지법 난동에서 유튜버의 역할을 대수롭지 않게 넘겨서는 안 될 중요한 이유다.

ESG시대를 연 중요한 인물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는 2020년의 유명한 서한에서 “(투자 전략으로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앞세우며) 이제 기업, 투자자, 그리고 정부는 기후변화를 핵심으로 두고 중대한 자본 재배분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론의 장을 왜곡하려 드는 유튜버에 대처하는 핵심 또한 자본 재배분이다. 어떤 돈벌이와 헌금바구니가 헌법보다 위에 있으려고 한다면 헌법 귄위를 세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돈의 흐름을 막는 것이다. 정상적인 돈벌이와 비정상적 돈벌이를 구분하는 것이 결국 ESG와 연결된다. 다른 많은 것과 마찬가지로 ESG는 결국 정치적인 것이며, 그래서인지 트럼프는 ESG를 싫어한다.


 
안치용 필자 주요 이력
△ESG연구소 소장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전 경향신문 사회책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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