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21일(현지시간) 자국에 불법으로 체류 중인 이민자 단속을 본격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한 다음 날부터 불법체류자 추방에 착수한 것으로 교회나 학교 등 민감한 구역에서 단속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경 차르(총책임자)’인 톰 호먼은 이날 미 CNN 방송 인터뷰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전국 곳곳에서 불법체류자 단속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ICE는 주로 범죄 경력이 있는 불법체류자를 단속할 계획이지만 현장 단속 과정에서 범죄 경력이 없는 불법체류자를 발견할 경우 그들도 함께 체포할 예정이다.
호먼은 “불법으로 체류하고 유죄를 선고받아 공공 안전에 위협이 되는 이들이 우리의 우선순위”라며 “‘피난처 도시’에서는 시 당국의 비협조로 체포에 어려움이 있어 단속 대상을 찾으러 다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정부의 불법체류자 단속에 협조하지 않거나 협조 자체를 금지하는 지방자치단체를 피난처 도시라고 부른다. 이들 도시는 주로 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이끌고 있다.
호먼은 “피난처 도시에서는 부수적인 체포가 더 많이 이뤄질 것”이라며 “그들은 우리가 체포하려는 사람을 찾기 위해 지역사회로 들어가도록 강제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체포된 불법체류자는 구금한 뒤 본국이나 제3국으로 추방한다고 호먼은 설명했다. 그는 “바이든 전 행정부가 지난 4년간 하지 못했던 일을 ICE가 이날부로 시작했다”며 “이번 단속은 철저히 계획된 작전”이라고 강조했다.
미 국토안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벤저민 허프먼 국토안보부 장관 대행이 종교시설과 학교 등 ‘민감한 구역’에서도 불법 이민자 체포를 허용하는 지침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허프먼은 “범죄자들은 체포를 피하려고 미국의 학교와 교회에 더 이상 숨지 못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 용감한 사법당국의 손발을 묶지 않고 그들이 상식대로 행동할 것으로 신뢰하겠다”고 밝혔다.
2011년 ICE는 민감한 구역에서 체포를 금지하는 정책을 수립했다. 허프먼은 또 특정 이주민에게 미국에 일시적으로 살면서 일하는 것을 허용하는 가석방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도 했다. 공화당은 바이든 전 정부가 이 프로그램을 다수 국가로 확대해 남용했다고 주장해 왔다.
마리앤 버드 성공회 워싱턴 교구 주교는 이날 워싱턴국립대성당에서 열린 기도회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민자, 성소수자 등에게 선처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민주당, 공화당, 무소속 가정에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자녀가 있고, 일부는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며 “두려움에 떠는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상품을 고르고 사무실을 청소하고 가금류 농장에서 일하고 식당에서 설거지하고 병원에서 야간근무를 하는 사람들, 그들은 미국 시민이 아니거나 적절한 서류를 갖고 있지 않을 수 있지만, 대다수의 이민자는 범죄자가 아니다”라며 “그들은 세금을 내며, 좋은 이웃”이라고 덧붙였다.
불법이민자에 대해 대규모 추방 작전을 벌이고, 성소수자 인권을 존중하는 다양성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책 구상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기도회 후 취재진과 만나 “별로 흥미롭지 않았다”며 “좋은 기도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훨씬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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