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국내 반도체 관련 종목들이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반도체 기업 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며 펀더멘탈(기초체력)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반도체 TOP15 테마 지수는 지난 21일까지 14.95%, 반도체 중소형주까지 포함된 KRX반도체 지수는 18.30% 상승하며, 다른 테마 지수들을 압도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업황 개선과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가 주가 상승의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 중 하나인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27.34% 급등하며 반도체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기술력을 앞세워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6월 예정된 HBM4 제품 조기 출시와 대량 공급 계획은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전망도 나쁘지 않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히고 있다. 최근 미국 텍사스에 신규 반도체 공장 설립을 발표하며, 3㎚ GAA 공정의 상용화를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고객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첨단 공정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올해 갤럭시S25와 아이폰17 등 주요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가 예정되어 있어 온디바이스 AI 수요가 메모리 수요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약 33조원으로 전망되며,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성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기술 개발 속도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며 "특히 HBM과 같은 첨단 메모리 제품의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선제적인 기술 투자 전략은 앞으로도 높은 경쟁 우위를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대기업 외에도 국내 중소형 반도체 기업도 돋보이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유진테크의 경우 전공정 장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첨단 공정 장비 개발로 시장의 신뢰를 얻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식각 장비를 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으며,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5% 이상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AI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통해 국가전략기술 과제에 선정되며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주요 고객사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안정적인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향후 AI 관련 수요 증가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ISC는 AI 반도체 테스트 기술과 HBM 기술 개발을 통해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들과 협력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AI와 고성능 컴퓨팅(HPC) 기술 수요가 늘어나면서 테스트 솔루션 제공 업체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첨단 패키징 장비 분야에서 기술력을 발휘하며 글로벌 고객사와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신 기술과 설비를 기반으로 한 성장 잠재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HPSP는 반도체 식각 및 증착 장비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며, AI와 HPC 관련 메모리 제조 공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AI 서버와 HPC 장비 시장의 성장과 함께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반도체 업황이 단기적인 반등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인 성장 기회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대만에서 지진이 발생하며 단일 공급망 리스크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대만은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65%를 차지하며, DRAM 시장에서도 15%의 비중을 담당하고 있다. 지진 이후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하며 국내 기업들이 이를 대체할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AI 관련 수요 증가 역시 국내 반도체 산업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AI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 기술에 필요한 HBM과 첨단 패키징 기술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유진테크와 한미반도체를 포함한 국내 장비 및 소재 기업들은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시장 내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반도체 업황이 단기적인 반등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인 성장 기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최선호주로 추천하며, AI와 스마트폰 수요 증가로 하반기 실적 개선폭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반도체 업종의 주가는 장기 성장 잠재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상태"라며 "올해 상반기가 투자 비중을 확대할 적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AI 수요 증가를 계기로 국내 반도체 업계가 구조적 성장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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