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충실의무 확대,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최근 논의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향후 상장기업의 상장유지비용이 평균 12.8% 증가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2일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이하 상장협)가 공동으로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상위 600대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국내 주요기업의 상장유지비용 조사’(102개사 응답)를 진행한 결과다.
응답기업들은 상법이 개정될 경우 상장유지비용은 추가적으로 평균 12.8%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기업(50개사)이 평균 15.8% 증가, 코스닥 기업(52개사)은 평균 9.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상법 개정은 자산 규모가 큰 기업이 집중된 코스피 시장 상장기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상법 개정으로 상장유지비용이 증가하면 대응방안으로 △내부 프로세스 개선 49.0% △비용 절감 38.0% △인력 감축 5.0% 등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대응방안 없음 5.0%, △이사 수 축소 2.0%, △상장 폐지 1.0% 등도 고려한다고 밝혔다.
응답기업들은 상장유지비용을 줄이기 위한 정부와 국회의 조치로 공시 의무 완화(2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외에도 △상장유지 수수료 지원(27.0%)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 중지(24.0%), △회계제도 개선(14.0%), △증권집단소송 부담 저감 (4.0%) 등을 요청했다.
코스피 기업은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 중지'(32.0%)나 '공시의무 완화(30.0%)'가 가장 높았으나, 코스닥 기업은 '금감원이나 증권사 등의 상장유지 수수료 지원'(32.0%)이 가장 높았다.
상장 당시에 비해 상장유지비용이 얼마나 변화했는지에 대해 응답기업들은 평균 11.7% 늘었다고 답했다. 상장 시장별로 구분했을 때 코스피 기업은 17.8%, 코스닥 기업은 6.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법과 자본시장법 등에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상장회사에 대한 규제가 많아, 이들 기업이 몰려 있는 코스피 시장의 상장유지비용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상장유지비용이 앞으로도 지속 증가할 것인지에 대해 '그렇다'가 46.7%로 가장 높았고 '보통이다' 37.0%, '매우 그렇다' 9.8%, '그렇지 않다' 4.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상장유지비용이 증가한 원인으로 '회계 등 감사 비용 증가'가 37.1%로 가장 높았고 '공시의무 확대' 23.8%, 지배구조 규제 강화 17.2%, 주주 대응 비용 15.2%, 적대적 M&A 등 경영권 위협 대응 5.7% 등이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환율 불안, 내수 부진 등 그 어느 때 보다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섣부른 지배구조 규제 강화는 기업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상장 니즈를 약화시켜 증시 밸류다운으로 연결되는 만큼, 상법 개정 논의를 중단하고 기업 경쟁력 강화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제도적 지원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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