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인의 헌법정치] 대통령 내란죄 수사… 기계적 적법절차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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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26대 서울대 총장
입력 2025-01-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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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26대 서울대 총장]

 신변 처리해도 늦지 않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일련의 사건 처리 과정에서 법치주의 원칙에 맞게 적법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여왔는지를 살펴본다. 실체적 진실 발견에 따른 위헌·위법 문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법원의 판결을 통하여 드러나겠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헌법을 관통하는 일반원리인 적법절차는 지켜져야 한다.

'계엄을 선포한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한다'(헌법 제77조 제4항). 하지만 '국회에 통고하였다'는 기록은 없다. 오후 11시 27분에는 계엄사령부의 제1호 포고문이 공포되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담을 넘는 장면은 의회민주주의의 본산인 국회의 현실을 실존적으로 증언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즉각적으로 계엄이 위헌·무효임을 선언하였다. 국회는 비상계엄 선포 후 불과 2시간 35분 만에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을 의결하였다. 이는 한국 민주주의가 헌법국가원리에 따라 건전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징표이다. 한국 헌정사에서 역대 8번 비상계엄이 있었지만 국회가 신속하게 해제요구를 함으로써 비상계엄을 무력화시킨 첫 번째 사례다.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헌법 제77조 제5항). 오전 4시 27분 한덕수 총리 주재로 계엄해제 국무회의가 2분간 열렸다.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를 받아들여 계엄을 해제한 첫 사례로 이에 따라 계엄은 소멸하였다.

계엄은 헌법상 반드시 '병력'을 동원한다는 점에서 군사정변의 성격을 가진다. 국회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야당은 국회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시작하였다. 정기국회 회기 말에 작동한 제1차 탄핵소추안은 의원 195명만 참석하여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되었다. 곧 임시국회를 소집하여 제2차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상당수 탄핵에 찬성한 결과이다.

다른 한편 대통령을 비롯하여 비상계엄에 관여한 인사들에 대한 내란죄 혐의의 수사가 진행된다. 검찰은 국방부 장관 등, 경찰은 경찰청장 등을 각기 구속하였다. 대통령에 대한 내란혐의 수사는 애초에 검찰에서 시작하였으나 검찰총장이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하였다.

공수처는 세 차례에 걸쳐서 대통령에게 출석요구를 하였으나 불응하자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1차 체포 시도에 나섰으나 실패하였다. 이때 체포영장에 형소법 제110조, 제111조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을 명시하였다. 법관이 영장을 발부하면서 '군사상 및 공무상 비밀과 압수'에 관한 법률조항의 적용 배제는 법관이 의회와 같은 법창조적 기능을 행사한 것이다. 영장에 위 형사소송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법관의 권한범위를 벗어난다. 논란이 촉발되자 제2차 체포영장에는 이에 관한 내용을 적시하지 아니하였다. 1월 15일 2차 시도에서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체포되어 공수처에 인치(引致)되어 조사를 받고 의왕구치소에 수감되었다. 대통령은 체포적부심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하였으나 기각되었다. 또한 서울서부지법의 영장 실질심사에서 대통령이 직접 법정 변론에 나섰으나 역시 기각되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사유에서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단 15자에 불과하다는 아쉬움이 묻어난다. 180일 이내에 헌재에서 단심으로 끝나는 탄핵심판이 결론이 난 후에 논쟁적인 내란죄 수사를 위한 신병 처리가 바람직한 순서일 수 있다.

특히 검찰과 공수처의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에 대한 수사권에 대하여는 여전히 논란이다. 공수처는 형법상 직권남용죄의 수사 과정에서 내란죄까지 수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 소위 ‘검수완박법’, 즉 검찰 수사권 박탈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라 검찰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중 2개(부패·경제 범죄)만 직접 수사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검찰과 공수처는 내란죄를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셈이다. 다만 직권남용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하여 내란죄까지 범하였기 때문에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공수처법 제2조 제4호 라목의 '고위공직자범죄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그 고위공직자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죄로서 해당 고위공직자가 범한 죄'에 해당한다고 본다. 이는 검찰이 자주 자행하여오던 소위 별건체포·수사나 다름없다. 즉 원래 수사를 하고자 하는 범죄 혐의의 확정이 쉽지 않을 경우 우선 쉬운 별건으로 수사를 해 온 관행은 위헌·위법의 소지가 크다. 직권남용죄를 의율(擬律)하여 내란죄를 수사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견강부회(牽强附會) 성격이 짙다. 검경 수사권 분리라는 원래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작동한다. 실제로 고위공직자 수사에서 직권남용과 관련되지 아니한 부패사건이 거의 없다고 본다면, 공수처뿐만 아니라 검찰도 거의 모든 공직자에 대한 직접 수사가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검수완박법을 만들었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더구나 대통령은 헌법 제84조에 명시된 바와 같이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직권남용죄 수사를 내란죄로 연결시킨 것은 잘못이다.

왜 대통령 내란죄 사건을 경찰이 아닌 검찰이 먼저 수사하다가 공수처로 넘긴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 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옛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동일한 사안, 즉 비상계엄에 따른 내란죄 수사는 동일한 수사기관에서 수사하는 게 맞는다. 검찰·경찰·공수처 3각 편대 수사는 수사에 혼돈과 혼선만 가중시킬 뿐이다.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과정에서 현행 사법체계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내란혐의 사건을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것은 검수완박법 정신에 어긋난다.

차제에 인신구속제도의 첫 출발이자 핵심인 법원의 영장심사제도에 대하여도 재조명이 필요하다. 특히 국민과 언론의 초미의 관심사안인 현직 국가원수에 대한 신병 처리 문제를 법관 1인이 재판하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를테면 서울중앙지법 형사부 중에서 전자식으로 추첨한 3인 합의부에서 판단하는 방안 등 개선책을 모색할 때가 되었다. 영장실질심사에서도 당사자들이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구속 여부에 관한 설명의무가 필요하다.

대통령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논란과 혼란을 자초한 공수처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공수처의 관할 법원은 공수처법 제31조(관할법원)에 명시되어 있는 원칙조항인 서울중앙지법이다. 동일한 사건에서 같은 내란 혐의를 받는 국방부 장관은 서울중앙지법에, 대통령은 서울서부지법에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발부된 것은 잘못이다. 공수처의 변칙적인 서울서부지법 영장청구에 대하여 기계적으로 응대한 법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무엇보다 전 세계적으로 제대로 된 나라에 공수처와 같은 별도의 수사기구가 존재하지 아니한다. OECD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영국에만 유사한 조직이 있을 뿐이다.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에는 이와 같은 조직이 없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와 직결되는 수사와 기소는 보편적 사법체계 속의 전문적·독립적 조직인 경찰·검찰이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형사사법체계상 예외적 기관인 공수처의 존재는 오히려 혼란만 초래한다. 이번 내란죄 수사 과정에서 그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차제에 미국에서만 통용되는 특별한 기구인 특별검사제도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민주화 이후 외국의 좋다는 제도는 모두 도입하는 과정에서 혼란만 자초한다.

한편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사유의 핵심은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내란죄 문제이다. 그런데 소추인, 즉 국회 측에서 내란 관련 사항을 헌재의 판단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탄핵소추 사유의 중대한 변경에 해당된다. 실제로 탄핵소추에 찬성한 국민의힘 의원 중에는 내란죄를 제외할 경우에는 재표결이 필요하며 탄핵소추에 반대할 것이라고 표명하기도 한다. 이 와중에 장관급 고위공직자로서 재판을 보좌하는 최고위 행정직인 헌재 사무처장이 계엄은 위헌이라고 발언하여 논란을 촉발한다. 재판 중인 사안에서 자신의 개인적인 소신을 발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무엇보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와 관련된 문제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1차 탄핵소추 사유에서는 대통령의 친미국·일본 외교, 비북한·중국·러시아 문제도 적시하였다. 다행히 2차 탄핵소추 사유에서 이 문제는 삭제되었다.

정리하자면 대통령을 비롯한 비상계엄에 따른 내란죄 수사는 현행법상 검찰도 공수처도 아닌 경찰이 하는 게 맞는다. 더구나 공수처가 대통령에 대한 영장청구를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 신청한 것은 위법은 아니더라도 원칙에 어긋난다.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차제에 국민들의 형사사법체계에 대한 혼란과 불신을 야기하는 검수완박법도 재정비해야 한다. 혼란만 야기하는 옥상옥 수사기관인 공수처는 존폐 기로에 서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공수처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다만 탄핵심판 후에 신병 처리가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과정에서 야기된 그 어떠한 폭력도 용납되어서는 아니 된다. 폭력은 자유민주주의 적이다. 자유와 권리 보장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에 대한 폭력은 야만이다. 끝으로 존재 이유가 전·현직 대통령의 경호에 있는 경호처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관계자들의 사법 처리 과정에서 관용이 필요하다.



필자 주요 이력 

▷파리2대학교 대학원 법학 박사 ▷한국공법학회 회장(2005~2007년) ▷한국법학교수회 회장(2009년 1월~2012년 12월)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2010~2013년) ▷동아시아연구중심대학협의회 의장 ▷제26대 서울대 총장(2014년 7월~2018년 7월)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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