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한국에 부임한 부호(Vũ Hồ) 주한 베트남대사는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한국과 베트남 모두 엄청난 변화를 겪는 상황 속에서 양국을 잇는 굳건한 가교 역할을 했다. 부임 3개월 만에 팜민찐 베트남 총리 방한과 응우옌푸쫑 전 총서기 별세, 또럼 총서기 취임이라는 중대 사건이 있었고, 연말에는 한국에서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이라는 메가톤급 사태가 발생했다. 부호 대사는 이처럼 폭풍 같은 변화 속에서도 이제 서로에게 중요한 파트너가 된 양국 간 원활한 외교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부호 대사는 22일 주한 베트남대사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한·베트남 관계가 앞으로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층 균형적인 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비자 문제를 비롯해 양국 교류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부임 후 한국 생활에 대한 소감을 묻자 "좋고 나쁜 일, 또 재미있고 슬픈 일 등 모든 일들이 바쁘게 지나갔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2024년에 일어난 일들을 돌아봐야 할 때가 있을 것"이라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앞으로 한 해를 살아가는 데 있어 우리는 같은 처지에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과 베트남은 2023년 수교 30주년을 맞아 외교 관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가운데 정치·경제를 비롯해 전 분야에서 폭넓은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베트남인은 30만명을 넘어섰고, 베트남 방문 해외 관광객 1위 기록은 한국이 차지했다. 또 한국의 대베트남 누적 투자액은 900억 달러(약 130조원)를 넘어섰고, 베트남은 한국의 3대 교역국으로서 위치를 굳건히 하는 등 양국 관계는 나날이 밀접해지고 있다.
30여 년 전 한·베 수교의 기반을 마련한 부콴 전 베트남 부총리 아들이기도 한 부호 대사는 현재 양국 관계가 1단계(상호 신뢰)와 2단계(관계 형성)를 넘어선 가운데 다음 과제는 균형적 교류를 위해 양국 간 차이점에서 비롯되는 문제를 관리·해결하는 것이며 이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명문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올해 최우선 과제로 양국 간 경제적·인적 교류가 한층 균형적이고 조화롭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과 정보 소통을 개선하는 것을 꼽았다.
그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는 공허한 말이 아니라 관계의 모든 측면에 반영되어야 한다"며 "무역, 정책, 문화 등 모든 것들에 대해 투명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 한국의 외국인 근로자 비자 제도에 아쉬움을 표한 부호 대사는 비자를 비롯해 양국 간 경제적·인적 교류에 장애가 되는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아울러 현재 한국에 오는 베트남 인력들은 대부분 저숙련 인력들이라며 개인 능력 개발과 언어 소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부호 대사는 한국이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다양성을 한층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이 단일 민족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며 "전 세계 인류 역사에서 볼 때 국가의 동질성은 장기적으로 국가에 해를 끼친다. 물론 (한국은) 이미 충분히 다양화되어 있지만 좀 더 개방하고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한 부호 대사는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과 관련해 "베트남은 한국 기업들에 엄청난 시장"이라며 특히 서비스업종과 리테일(유통)업종에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지 시장 역시 경쟁이 치열하지만 한국 리테일업체들은 디지털 전환에서 강점이 있는 만큼 해당 분야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베트남이 공산권 국가로는 처음으로 한국산 K-9 자주포 구매에 근접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부호 대사는 이에 대해 "베트남이 모든 국가와 모든 분야에서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확인시키는 것"이라며 "베트남은 더 이상 1~2개 무기 생산국에만 의존하는 '폐쇄된 시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 무기 체계는 1975년 (베트남) 전쟁이 끝난 이후 오랜 기간 큰 변화가 없었다면서 "세계가 변했고 군사 기술도 변했기 때문에 국가 수호를 위해 무기고를 다양화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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