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촉발된 공사비 상승이 계속되며 아파트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서울에선 3.3㎡(평)당 분양가 6000만원이 넘는 아파트가 연이어 등장했고, 민간뿐 아니라 공공분양 아파트마저 분양가가 오르면서 무주택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분양가 인상을 부추길 다양한 요인들이 산재해 있고, 분양가 상승세가 장기화될 경우 주택 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며 정부의 관리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3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의 최근 1년간 ㎡당 평균 분양 가격(공급 면적 기준)은 1333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12월(1059만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25.9% 상승한 수준이다. 3.3㎡(평) 기준으로 환산하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4408만9000원 수준이다.
아파트 분양가는 2021년부터 건설 원가가 급등하며 치솟기 시작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주거용 건물의 건설공사비 지수는 지난해 11월 기준 129.22로 2020년 9월(100.66) 이후 약 4년 만에 30% 가까이 올랐다.
이 같은 공사비 상승은 결국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져 수요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문제는 서민들의 내집 마련과 주거안정을 돕기 위한 공공주택에서도 분양가가 갈수록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3기 신도시 최초 분양 단지인 인천계양 A3블록 분양가는 당초 3억3980만원(55㎡)에서 4억480만원으로 15%, 인천계양 A2블록은 3억5600만원(59㎡)에서 4억2060만원으로 18.2% 상승했다.
다음달 본청약 예정인 고양 창릉지구도 총 사업비가 당초 계획보다 늘어나 분양가 인상이 유력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가 승인한 사업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해당 지구 A4·S5·S6블록의 총 사업비는 1조2608억원으로 기존 사업비(9381억원)보다 28%가량 늘었다.
앞서 본청약한 인천계양 등의 분양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분양가가 사전청약 당시 추정 분양가보다 10~20%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공주택의 최대 강점이 시세 대비 저렴하게 공급되는 것이지만, 건설 원가 상승 등에 따라 분양가 인상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간 집값 급등기에 규제를 통해 분양가를 억제했는데, 이후 규제 완화와 공사비 인상 등이 맞물려 한꺼번에 충격파가 몰려 왔다는 지적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분양가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시장에서 결정돼야 하는데 정부가 가격 안정화를 위해 통제하다 보니 분양가 상승 체감이나 충격이 시장에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분양가 인상 흐름이 유력한 만큼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간과 공공 모두에서 분양가 상승세가 지속될수록 주택 시장 양극화는 물론, 입주 물량과 분양 물량이 모두 줄어든 상황에서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더욱 분양이 잘 되는 곳 위주로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 분양가 상승 폭은 커지고, 지역별 양극화도 심해질 것"이라며 "정부가 원자재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기는 어렵지만 시장에서 균형점을 찾을 수 있도록 공사비에 대한 관리대책과 함께 중장기적인 공급 계획을 세워 안정적인 주택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준석 교수도 "정부가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면 또 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며 "다만 공공택지 공급 범위를 민간 주택업체로 넓히는 등 토지비 절감을 통한 분양가 안정 등의 방안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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