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환상이 곧 환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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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5-01-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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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 교수

  • '변덕' 트럼프 두가지 불변: 中속임·갈취"

  • 트럼프 '관세폭탄'…中반격 '강력하지 않아"

  • '미사여구' 정상회담 이후…미중관계 악화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 교수가 21일 베이징 하이덴구의 한 찻집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 교수가 21일 베이징 하이덴구의 한 찻집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변덕이 심한 지도자지만, 불변하지 않는 두 가지가 있다. 중국을 달콤한 말로 속이고(哄騙) 갈취(勒索)하는 것이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21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후로 틱톡금지령 유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의지를 내비치는 등 중국에 잇달아 우호 제스처를 취하는 것에 대해 “‘닭털과 마늘껍질(雞毛蒜皮)’처럼 사소한 일”이라며 경제·이데올로기 방면에서 전략적 경쟁을 벌이는 양국 관계가 개선될 여지는 희박하다고 트럼프 2.0 시대 미·중 갈등은 더 격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변덕쟁이' 트럼프 두가지 불변: 中에 대한 속임·갈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이번 인터뷰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다음날인 21일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의 한 찻집에서 약 1시간에 걸쳐 진행했다. 중국의 대표적 국제정치 전문가인 스 교수는 미·중관계, 한·중관계, 북핵 문제 등 질문에 직설적인 답변을 거침없이 내놓았다.

스 교수는 "트럼프 1.0 시대 중국을 대상으로 한 속임과 갈취는 트럼프 2.0 시대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트럼프가 어디 그렇게 호의적이고 만만하고 유치하겠느냐"고 강한 어조로 반문했다.

그는 트럼프는 과거 특히 북한 문제를 놓고 자신의 요구에 협조하도록 중국을 달콤한 말로 속이면서 압박했다고 말했다. 또 중국을 겨냥한 무역전쟁을 발동해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봉쇄로 무역전쟁 수위를 높이는 것은 물론, 대만여행법을 제정해 중국 내정에 간섭하고, 일본·호주·인도와 연합해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상하는 등 중국을 갈취했다고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중국에 우호 제스처를 보낸 것은 “내가 네게 잘해주길 바라면, 너는 반드시 중대한 양보를 해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며, 이는 거꾸로 말하면, “중국이 중대한 양보를 하지 않으면, 미국은 중국에 잘해줄 수 없다”는 경고라고 스 교수는 해석했다. 

스 교수는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연설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 중 하나로 “더 이상 다른 국가에 이용당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을 꼽았다. 그는 “이는 멕시코·캐나다·유럽연합(EU)를 가리킬 수 있지만, 결국 제1순위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 앞서 예고한대로 중국에 대한 10% 고율 관세를 내달부터 매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미·중 무역전쟁 재발 우려를 자아냈다.

이에 대해 스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이는 “시간 문제”라고 진단했다. 관세 폭탄에 대응해 중국도 일단 반격은 하겠지만  “중국은 수동적인 위치로, (미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수단이 적고 힘이 약하고 유연성이 부족하다”며 “중국의 반격은 모두 강력하지 않을 것(Not so powerful)이고, 중국도 손해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 교수는 중국도 가끔 미국에 중대한 양보를 할 수 있겠지만, 이 중대한 양보조차 트럼프나 미국 정부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사여구' 정상회담 이후…미중관계 더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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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15일 당시 류허 중국 부총리(왼쪽)가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하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스 교수가 이토록 비관적인 것은 트럼프 1기를 이미 겪어 본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무역전쟁을 벌이던 미·중 양국은 2020년 1월 15일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하고 중국은 농산물, 공산품, 서비스, 에너지 등 분야에서 향후 2년간 20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스 교수는 “하지만 협정이 효과가 있었던 것은 한 두달에 불과했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로 중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었고 정부 세금수입도 줄고 있었음에도 중국은 거액을 들여 미국산 제품을 샀지만, 대부분 소용이 없었다며 미·중 갈등은 완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00일이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 하겠다는 의향을 내비친 것도 사실상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라고 그는 평가절하했다.  시 주석이 2013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캘리포니아 서니랜드에서 정상회담한 이후 약 12년에 걸쳐 미·중간 정상회담, 전화통화, 화상회담이 수없이 오갔지만, 실질적으로 중·미 관계 발전과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는 것. 스 교수는 “정상회담에서 정상들은 듣기 좋은 말만 해서 환상을 불러일으키지만, 환상은 필연적으로 환멸로 변하고, 환멸 이후 미중 관계는 더욱 악화했다”고 꼬집었다.

중국계 짧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 사태와 관련해서도 그의 전망은 비관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후 틱톡 금지법 시행을 75일 유예하며 틱톡의 숨통을 틔워주는 듯 했으나, 동시에 미국기업이 틱톡 지분의 절반을 인수해 50대50 합작회사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이 제안을 중국이 거부하면 관세를 물릴 것이라고 경고하며, 사실상 틱톡을 미중 협상 카드로 내걸었다.

스 교수는 “현재 틱톡은 마치 목에 줄이 걸려있는 발판 위에 서 있는 것 같은 상황”이라고 표현하며 직접 목에 밧줄을 거는 시늉을 지어 보였다. 그는 만약 발판이 75일안에 걷어 차이면 틱톡은 결국엔 목이 줄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어쨌든 트럼프는 틱톡이 중국 기업으로 있도록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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