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판매 침체 등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기아 역시 2년 연속 최대 매출이 유력해 양사 합산 실적은 지난해에 이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연말 계엄, 탄핵정국 등 불확실한 국내 상황으로 급등한 고환율 쇼크에 영업이익은 후퇴했다. 올해 현대차 앞에는 '미국 우선주의 2.0' 시대를 선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전기차보조금(IRA) 정책 폐지 등 어려운 과제가 산적했다. 현대차는 위기 부문별 시나리오를 마련해 총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23일 경영실적 컨퍼런스 콜을 실시하고 4분기 매출액 46조6237억원, 영업이익 2조8222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분기 기준으로 매출액은 11.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7.2% 줄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누적 매출액은 175조2312억원, 영업이익은 14조2396억원이다. 매출액은 역대 최고 실적을 낸 2024년보다 7.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9% 줄었다.
영업이익이 줄어든 배경은 글로벌 판매 증가에 따른 인센티브 확대와 연말 계엄 사태 등 정치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판매보증충당부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판매보증충담금은 차를 판매하면서 제공하는 무상 보증과 수리 등에 대한 비용을 판매 시점에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수출 물량 증가에 따른 달러 적립액이 커지면서 충당부채가 급격하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관련기사
현대차 관계자는 "급변하는 대외 환경으로 손익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북미 지역의 판매 확대 및 하이브리드 비중 증대 추세가 이어지며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4일에는 기아의 실적 콘퍼런스콜이 진행된다. 증권사가 추산한 기아의 연간 매출액 전망치는 106조9393억원, 영업이익은 12조7754억원으로 예상된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7.1%, 영업이익은 10.3% 늘어난 수치다. 기아는 지난해 최초로 영업이익 '10조 클럽' 시대를 연 이후 2년 연속 최대 영업이익을 갈아치우며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비결로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상대적으로 마진이 높은 차량 판매가 늘었다는 점이 꼽힌다. 현대차는 투싼 하이브리드·아이오닉5, 기아는 니로 하이브리드·EV6 등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시키며 지난해 218만대 이상의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수출국도 최대 수출 시장인 북미(55.6%)를 비롯해 유럽(18.7%), 아시아, 태평양(9.1%), 중동 아프리카(9.1%), 중남미(5.2%) 등으로 다변화했다.
현대차는 올해 판매 목표를 전년보다 소폭(0.8%) 증가한 417만대로 잡았다. 전년 대비 연결 매출액 성장률 목표는 3.0~4.0%, 연결 부문 영업이익률 목표는 7.0%~8.0%로 제시했다. 실적 호조를 반영해 2024년 기말 배당금은 주당 6000원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연간 배당은 전년 대비 5.3% 증가한 주당 1만2000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