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 개혁 첩첩산중] 4세대 때도 가입자 요지부동…"소비자 피해 예방 선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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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김수지 기자
입력 2025-01-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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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료 50% 할인에도 1·2세대 비중 7%p 하락 그쳐

  • 자기부담 확대 등 잘 따져야…"소비자보호 대책 필요"

지난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초기 실손보험 가입자를 5세대 상품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지만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이다. 차세대 실손보험 상품이 자기부담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소비자보호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안을 확정한다. 앞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9일 개혁안 초안을 발표했다.

실손보험 개혁안의 핵심은 비중증 비급여 치료행위에 대한 자기부담금을 늘린 5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하고, 초기 실손보험 가입자가 5세대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 계약을 보험사가 재매입한 뒤 납입 보험료 등 기준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보험업계와 관련 전문가들은 계약 재매입에 대해 회의적이다. 자기부담금이 없는 1세대는 보험사가 모든 치료비를 보장해주고, 2013년 이전 가입한 2세대 초기 상품도 자기부담률이 10%에 그치기 때문이다. 5세대 실손보험은 자기부담률이 50%로 높아 초기 실손 가입자들이 갈아탈 유인이 적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에서는 특히 ‘옛날 상품이 좋다’는 인식이 강해 소비자들이 차세대 상품으로 넘어가지 않으려고 한다”며 “계약 재매입 등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넘어 전환에 강제성이 생긴다면 보험소비자들 반발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4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할 때도 유인책 효과는 미미했다. 보험업계는 2022~2023년 1~3세대 실손 가입자가 4세대로 갈아타면 보험료를 1년간 50% 할인해줬다. 그러나 이 기간 1~2세대 가입자 비중은 단 6.9%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다. 재가입 주기가 없는 1·2세대 초기 계약은 여전히 전체 실손보험의 44%에 해당하는 1582만건에 달한다.

정부는 계약 재매입에 따른 전환 효과가 부진하면 관련 법을 개정해서라도 약관변경(재가입) 조항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관련 법 개정도 쉽지 않다.

의료개혁특위 관계자는 “4세대 보험에서도 비슷하게 조건을 내세우고 매입하려고 했지만 그게 안 됐다”며 “법 개정으로 약관을 강제로 바꾸는 건 법적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비급여 관리체계와 실손보험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보험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장 한도 축소, 자기 부담 확대 등 소비자들이 주의를 기울여야 할 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입한 실손보험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황에서 비급여 진료를 받았다가 추후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이 5세대 실손보험을 판매할 때 관련 설명을 명확히 하고, 일부 의료계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환자에게 실손보험 보유 여부를 묻지 못하도록 하고 비급여 치료행위에 대한 동의서를 받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며 “장기간 논의해 마련한 개혁안인 만큼 보험소비자들의 피해가 없도록 촘촘하게 대책이 발표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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