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대체거래소(ATS) 출범 시 ATS 시장에 참여하기로 한 증권사 28곳 중 13곳은 하루 중 오전 9시~오후 3시 30분에 운영되는 ATS '메인마켓' 거래에 곧바로 참여하지 못한다.
메인마켓 거래에 참여하려면 동일 시간에 운영되는 한국거래소의 정규 시장과 ATS의 메인마켓에 투자자의 주문을 배분하면서 자본시장법상 '최선집행의무'를 준수해야 하는데, 13개 증권사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을 아직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월부터 ATS 거래에 참여하는 28개 증권사 가운데 투자자에게 프리마켓, 메인마켓, 애프터마켓 거래를 모두 지원하기로 한 15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하나증권 ▷유안타증권 ▷현대차증권 ▷한화증권 ▷LS증권 ▷대신증권 ▷교보증권 ▷토스증권이다.
28개 증권사 가운데 나머지 13개 증권사는 3월에 프리마켓·애프터마켓 거래를 먼저 지원하고, 6개월 뒤인 9월부터 메인마켓 거래를 지원하기로 했다. 해당 증권사는 ▷다올투자증권 ▷DB금융투자 ▷BNK투자증권 ▷부국증권 ▷신영증권 ▷IBK투자증권 ▷SK증권 ▷유진투자증권 ▷iM증권 ▷케이프투자증권 ▷메리츠증권 ▷카카오페이 ▷한양증권이다.
ATS 출범 직후 증권사의 메인마켓 거래 지원 여부를 가르는 것은 '스마트 오더 라우팅(Smart Order Routing)'이라는 전산시스템의 구축과 가동 준비 여부다.
SOR은 투자자가 보낸 매수·매도 주문을 처리할 때 ATS의 메인마켓과 기존 한국거래소 정규 시장 중 투자자에게 더 이익이 되는 쪽에 주문을 전달하는 자동화 시스템이다. 증권사가 수많은 투자자 주문을 여러 시장에 배분할 때 최선집행의무를 효율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SOR를 구축할 수밖에 없다.
증권사가 SOR과 같은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구축, 운영과 유지보수를 위한 비용이 추가로 소요된다. 복수 거래소 가동 체제에서 증권사의 주문 처리 오류와 같은 돌발 상황이 벌어질 위험은 이전보다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부서의 기술적 숙련도와 금융투자 분야 전문성도 더 높게 요구된다.
증권사는 ATS 개장 이후 이런 상황을 감안해 전반적인 전산 관련 인적·물적 투자를 늘려야 할 수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대형 증권사들이 먼저 거래를 시작하기에 유리한 지점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3월부터 모든 시장(프리마켓·메인마켓·애프터마켓)에 참여하기로 한 15곳중 다수가 대형 증권사"라며 "조건부(프리마켓·애프터마켓만 3월부터)로 참여하겠다고 한 13개 증권사는 SOR과 같은 시스템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니까 이런 것을 갖출 수 있는 올해 9월부터 모든 시장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증권사들도 ATS 개장 일정에 맞춰 즉시 거래를 지원하는 데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들(15개 증권사)도 '당장 내일부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앞으로 한 달 이상 기간이 남았지 않느냐"며 "그 동안 테스트와 이행점검을 진행하면서 최대한 실전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형 증권사들 사이에선 ATS의 전체 시장 거래를 타사보다 늦게 시작할 경우에 대한 공포감이 더 클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들이 열심히 준비하는 이유는 어느 한 회사가 하는데 다른 곳이 함께 시작을 못할 경우 '최초' 타이틀을 빼앗기는 셈이 되기 때문"이라며 "중소형사는 아무래도 인적, 물적 제약이 있어 늦을 수 있지만 결국 거의 모든 증권사들이 (ATS 시장에 참여)하려고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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