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일상에 떼놓을 수 없는 프랜차이즈 커피의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이른바 '커피플레이션'(커피+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직장인들의 하루 평균 커피 소비량은 2잔이라고 봤을 때 적지 않은 가격 부담이 될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는 지난해부터 약 3개월씩 간격을 두고 음료 가격을 올리고 있다. 특히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가격 인상 소식은 잦아졌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8월 그란데(300원↑), 벤티(600원↑) 사이즈 음료 가격을 올렸고 얼마 안 가 11월에는 아이스 음료 톨 사이즈 11종 가격을 인상했다.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 커피빈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커피빈은 지난달 카페 모카, 더블 초콜릿 등 초콜릿 파우더가 포함된 음료 가격을 200원씩 올렸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도 예외는 아니다. 더벤티는 지난해 4월 카페라떼 등 메뉴 7종 가격을 최대 500원 올렸다.
커피 가격 인상은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폴바셋은 전날 주요 제품 가격을 200∼400원 인상했고 스타벅스는 톨 사이즈 음료 22종 가격을 이날부터 최대 300원 올렸다.
투썸플레이스와 할리스는 시즌 메뉴 가격을 올려 실질적인 가격 인상 효과를 보고 있다. 예를 들어 투썸플레이스는 1~4월 한정 운영하는 딸기라떼 가격을 지난해 6500원에서 300원 올린 6800원으로 출시했다. 할리스 역시 딸기라떼를 6400원에서 6900원으로 올렸다.
하루 2잔 이상 커피를 마신다고 밝힌 한 직장인은 "월급 빼고 식품 가격이 다 오르는 상황이 부담스럽다"며 "커피 가격이 오른 지 얼마 안 됐는데 다른 업체들도 가격을 조정하고 있어 커피 마시는 횟수를 줄여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LIFFE) 로부스터의 지난달 평균 가격은 톤당 5072.57달러. 1년 전보다 79% 급증했다. 커피 전문점에서 쓰이는 고급원두인 아라비카 원두 가격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뉴욕상업거래소(NYBOT) 아라비카 원두의 지난달 평균 가격은 톤당 7101달러로, 1년 새 약 66%가 뛰었다.
이 같은 커피 원두 가격 상승 요인으로는 기후변화를 꼽을 수 있다. 브라질·베트남 등 주요 원두 재배지가 가뭄과 폭우 등에 영향을 받으면서 생산량이 크게 줄었고, 결국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원두 가격이 크게 뛴 것이다. 커피나무에서 열매를 수확하기까지 보통 3~5년 정도 걸리는 점을 고려할 때 원두 생산량 회복과 가격 안정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두 가격 상승 여파로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뿐만 아니라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인건비·물류비에 원자재까지 오르다 보니 커피값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메뉴 가격을 올리자니 저가 커피를 의식할 수밖에 없고 현재 가격을 유지하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
회원 수 24만명을 보유한 한 바리스타 커뮤니티의 한 점주는 "아메리카노를 현재 20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린다고 공지하려고 했으나 단골들이 오지 않는다고 해 아직 가격 인상을 보류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급받는 원두 값이 kg당 4000원 오른 데다 베이커리 재료 가격마저 뛰어 올해 개인 카페가 많이 없어질 것으로 예상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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