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교 칼럼] 미국 우선 무역 정책과 우리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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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GSnJ 인스티튜트 원장
입력 2025-0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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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GS&J 인스티튜드 원장]

드디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정책의 그 윤곽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0일 취임과 함께‘미국 우선 무역 정책(America First Trad Policy)’이라는 행정 명령을 발표하였다. 백악관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 온 이 행정 명령은 모두 6개 부문으로 되어 있다. 첫 번째와 마지막 부분은 서언과 일반 규정이고, 다섯 번째 부분도 4월 1일 또는 4월 30일까지 대책 마련의 시한을 언급한 내용이어서 큰 의미는 없다. 핵심은 불공정하고 불균형한 무역에 대한 대책을 다루고 있는 두 번째와 중국과의 관계를 언급한 세 번째, 그리고 경제 안보를 다루고 있는 네 번째 부분이다. 이들의 주요 내용은 대부분 이미 언론에 보도된 것과 큰 차이 없다. 다만 상품무역 적자와 불공정 무역, 그리고 중국을 독립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평소에 이를 강조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 및 제조업 선임자문관의 주장이 많이 반영된 듯하다.
 
아무래도 우리 관심은 이 행정 명령과 관련하여 우리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대략 다음과 같은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상품무역수지 적자 원인 조사와 대책 마련과 관련된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대미 상품무역수지 흑자는 2023년 기준 약 510억 달러로 세계 8위 수준이다. 1위인 중국의 2,787억 달러와 비교할 때 20%도 되지 않지만, 중국의 흑자는 2018년 4,172억 달러에서 꾸준히 감소해 왔으나 우리의 흑자는 같은 기간 177억 달러에서 510억 달러로 약 2.9배 증가했다. 흑자 증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결국 흑자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를 제시하는 것이 관건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체 생산을 늘릴 계획인 에너지를 중심으로 대미 수입 증가방안을 제시하면서 우리의 대미 직접투자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2023년 기준 우리의 대미 직접투자는 767억 달러로 미국의 대한국 직접투자 356억 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이와 함께 경제 안보와 직결된 첨단 제품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는 미국 혼자만의 대응보다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국가와의 연합이 비용도 적게 들고 효과는 더 큰 실질적 방안임을 적극 설득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두 번째는 미국이 체결한 모든 무역협정을 상호주의에 기초해 검토하여 필요시 적절히 개정하겠다는 부분이다. 당연히 한미 FTA도 개정 대상이다. 다만 한미 FTA는 발효 10년이 넘어 주요 공산품의 관세가 사실상 모두 철폐되어 우리로서는 추가 시장개방이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미국이 무역수지 적자를 이유로 자신의 시장개방 약속을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지난 1차 개정 협상에서도 픽업트럭 관세 감축을 후퇴). 이를 위해 미국은 우리의 약점인 농산물 추가 시장개방을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농산물은 우리의 대미 무역수지가 75억 달러 이상 적자이니 우리가 방어하기 어렵지 않지만, 미국이 협상에서 제외된 쌀 개방을 들고나온다면 우리로서도 방어가 쉽지 않다. 아울러 미국은 협상에서 환경규제나 기술규제의 예외, 동식물 위생검역의 완화, 생명공학제품의 국내 판매 허가 등과 같은 국내 규제 완화를 요구할 수도 있다. 사실 관세와 같은 양적 시장개방보다는 국내 판매에 실질적 걸림돌로 작용하는 환경규제나 기술규제, 위생검역의 완화 등과 같은 질적 시장개방이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한미 FTA 개정 협상은 전체적으로 득실을 따지기 쉽지 않은 결과가 예상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미국이 우리 시장의 추가 개방보다 자국 시장 지키기에 큰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벼랑 끝 전술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만큼 정확한 판세 읽기와 고도의 치밀한 협상전략이 요구된다.
 
세 번째는 불공정 무역 관행을 검토하고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수출입을 조사하여 대책을 마련하는 부분으로 미국의 대중국 전략과 불가분의 관계이다. 상대국의 불공정 보조금 지급 행위나 미국의 제조업 기반 재건에 위협이 되는 수입품을 선정해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철강과 알루미늄이 그러한 품목이었다. 이 때문에 우리는 물론 일본, 캐나다, EU 등 미국의 전통 우방국들도 예외없이 타격을 받았다. 이번에는 환율 조작도 포함되어 미국의 관세 부과를 무력화하기도 쉽지 않다. 위안화 가치 조정을 통한 중국의 대응이 쉽지 않아 보인다.
당연히 미국의 안보와 직결된 첨단 물품은 미국의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이나 그 대리국으로 수출도 통제된다. 지금도 그렇지만 우리의 대중국 수출에 이전보다 강력하고 철저한 미국의 검토와 허락이 필요할 수 있다. 하나같이 효과적인 대응이 만만치 않은 내용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우리의 대응 여하에 따라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협상을 통해 상대국보다 낮은 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으며, 미국의 제조업 재건이나 국방력 제고에 필수적인 물품은 미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대미 진출이 그만큼 쉬워질 수 있다. 미국의 중국 제재가 강화되면(중국의 대미 우회 수출에 대한 제재 포함) 미국 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그만큼 수월해질 수 있다. 물론 우리의 대중 수출은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러니 전체적인 득실 판단이 중요하다. 단기 중기 등 시간적으로도 대응이 달라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 1년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서진교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미국 메릴랜드대 자원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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