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가 다음 주 줄줄이 연간 경영 실적을 발표하는 가운데 순이익이 더 오를 전망이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여파, 2조원 규모 상생금융 등 하방 요인에도 유의미한 성과다. 다만 이에 은행권의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4일 하나금융을 시작으로 주요 금융지주는 지난해 경영 실적을 발표한다. 5일 KB금융에 이어 6일 신한·BNK·JB금융, 7일 우리금융 순이다. DGB금융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으나, 비슷한 시기에 경영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7개 금융지주는 전년 대비 순이익이 더 커진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총 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약 18조4323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이는 2023년 16조5723억원보다 1조86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성장률은 11.2%다.
이번 리딩금융 자리는 2023년에 이어 다시 한 번 KB금융이 차지할 전망이다. KB금융의 지난해 순이익 추정치는 5조945억원으로 금융지주 중에선 처음으로 순이익이 5조원을 넘게 됐다. 전년(4조6319억원) 대비해서는 순이익이 4626억원 증가했다.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이 지난해 1분기 홍콩H지수 ELS로 은행 중에서 가장 큰 충당부채(6340억원)를 쌓았음에도 리딩금융 자리를 지켜내며 의미를 더했다. 충당부채는 순이익에서 제외하기 때문에 실적을 끌어 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KB금융을 뺀 나머지 4대 금융 역시 호실적이 예견된다. 순이익 규모로 따지면 KB금융에 이어 신한금융(4조7136억원), 하나금융(3조8090억원), 우리금융(3조656억원) 순이다. 전년 대비 증가 폭은 우리금융이 5489억원 늘어 가장 클 전망이다.
반면 DGB금융은 다른 지주들의 실적 개선 속 유일하게 순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에프앤가이드는 지난해 DGB금융 순이익을 2882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년(3878억원) 대비 감소 폭이 1000억원에 달한다.
실적이 부진한 건 증권 계열사 iM증권이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한 영향이 컸다. 지난 3분기까지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은 △1분기 365억원 △2분기 1509억원 △3분기 613억원으로 총 2487억원이다. 증권가에선 4분기에도 500억원 내외의 추가 충당금을 쌓았을 것으로 보고 있어 지난 한 해에만 3000억원의 순이익이 충당금으로 빠진 셈이다.
한편으론 금융지주의 개선된 실적에 이른바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은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 주요 은행들은 2조1000억원의 상생금융을 지원했음에도 순이익이 성장한 만큼 상생금융을 확대하라는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 이미 은행권은 올해부터 3년간 매년 7000억원씩 총 2조원가량을 추가 상생에 지원키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 상황이 계속됐기 때문에 실적이 나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작년 하반기 가계대출이 폭증하고, 이를 관리하고자 가산금리를 올린 부분들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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