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주장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덴마크의 라스 뢰케 라스무센 외무장관이 마크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방위비를 더 늘리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날 통화는 그린란드 문제를 다루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공세가 강화되는 가운데 진행된 것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덴마크 외무부에 따르면 양 장관은 이날 약 20분간의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분위기" 속에 진행된 전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와 유럽 안보, 중동 정세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덴마크 외무부는 "북극 안보는 이날 현안이 아니었지만 이후에 미국, 덴마크 및 그린란드가 같이 협의하기로 동의했다"며, 그린란드 문제는 이날 논의에서 배제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라스무센 장관은 트럼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비판과 관련해 "덴마크는 그 안보 책임을 더 많이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방위비를 인상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현재 약 2~3% 수준인 나토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지출 비율을 5%까지 높일 것을 촉구해왔다.
미 국무부 역시 이날 "루비오 장관이 미국과 덴마크 관계의 강력함을 재확인했다"며, 양 장관이 "안보, 국방, 경제, 무역 문제 및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관련한 양자 및 지역 협력을 심화하는 것의 중요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2019년에도 덴마크령 그린란드 매입 아이디어를 제시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승리 이후 미국 안보에 중요하다는 이유로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는 뜻을 재차 내비쳤고, 이에 덴마크 정부의 강한 반발을 샀다.
실제로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명의 전현직 고위 유럽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지난주 트럼프와 그린란드 문제를 놓고 45분 동안 '격분한' 통화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통화에서 프레데릭센 총리가 덴마크는 그린란드 매각 생각이 없고 군사 및 광물 이용과 관련해 좀 더 협력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트럼프는 자신의 주장대로 그린란드 매입을 고집하며 매우 공격적으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이 통화에 대해 "끔찍했다"고 FT에 말했고, 다른 관계자는 "그(트럼프)는 매우 강경했다"며 "마치 찬물 샤워를 한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전에는 그것(그린란드 매입 의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며 "지금은 진지하고, 심지어는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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