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집권과 동시에 불법 이민자 추방에 나서며 미국 전역에서 고강도 불법 이민자 체포 및 추방이 진행 중인 가운데 며칠 새 수백 명이 체포되고, 수백 명이 추방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CBS 등에 따르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4일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트럼프 정부는 1명의 테러범 용의자와 4명의 '트렌 드 아라과(Tren de Aragua)' 갱단, 미성년자 성 범죄 혐의로 기소된 몇 명의 불법체류자를 포함해 538명의 범죄 이민자들을 체포했다"고 말했다. '트렌 드 아라과'는 최근 들어 미국 내에서 급속하게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한 베네수엘라 갱단으로, 트럼프 불법 이민자 단속 정책의 주요 척결 목표 중 하나이다.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정부는 또한 군용기를 통해 수백 명의 범죄 이민자들을 추방했다"며 "역사상 최대의 추방 작전이 성공리에 진행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체포된 사람들이 과테말라로 떠나는 미국 군용기에 타고 있는 사진을 게시했는데, 한 국토안보부 관리에 따르면 각각 약 80명씩을 실은 C-17 수송기 2대가 이들을 싣고 과테말라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 차르(제정러시아 황제)'로 임명한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대행은 미국 매체 뉴스네이션에 출연해 실제 불법 이민자 단속 건수는 백악관 발표보다 더 많다며, 실제로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후 첫 이틀 동안에만 범죄 경력이 있는 3000명 이상의 불법 이민 용의자들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날 허리케인 피해 지역인 노스캐롤라이나를 방문하기 위해 전용기에 오르던 중 "(불법 이민자) 추방은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는 불량하고, 다루기 힘든 범죄자들을 내보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들은 더할 나위 없이 나쁜 사람들이고, 당신이 본 어떤 사람들보다도 나쁜 사람들"이라며 "우리는 그들을 먼저 내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에 백악관이 발표한 불법 이민자 체포건수는 2017년 트럼프 1기 취임 직후 백악관이 발표한 수치인 675명보다는 낮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설명했다. 현재 미국에는 약 1100만명의 불법 이민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 날 미국-멕시코 국경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을 비롯해 불법 이민자 추방 및 국경 경비 강화를 골자로 하는 여러 행정명령에 서명했는데, 특히 이민당국의 조사 제한 지역에서 교회, 학교 등 '민감한' 지역을 제외하면서 전폭적으로 불법 이민자 단속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불법 이민자 단속의 '성역'이 없어진 가운데 특히 민주당의 이민자 지원이 높은 곳이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호먼 전 ICE 국장대행은 "'성역' 도시들은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의 효율성을 낮추고, 작전 수행을 더 위험하게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모든 '성역' 도시를 조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일례로 보스턴에서는 이민당국 관리가 불법 이민 용의자를 집에서 끌어내는 모습을 친트럼프 성향 보수매체 폭스뉴스가 실시간으로 방송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미 국방부는 남부 멕시코 국경 지대의 국경 수비 및 이민자 단속을 지원하기 위해 5000명 이상의 군대를 해당 지역으로 파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한편 이 같은 트럼프 정부의 고강도 불법 이민자 단속 작전에 인권 단체와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뉴저지주 뉴어크시의 라스 바라카 시장은 ICE 관리들이 "지역 시설을 급습해 영장을 제시하지 않고 서류 미비 거주자들뿐만 아니라 시민들까지 체포했다"며, 그들 중 한 명은 퇴역 미군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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