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채권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장기채에서 단기채로 갈아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매파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 데다 '트럼프 2기' 출범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단기물 투자를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22일 국내 투자자는 '아이셰어즈 0-3개월 미국 국채 ETF'(SGOV)를 1억8841만9607달러(약 2709억원) 매수 결제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발행한 만기 3개월 이내의 단기 국채에 투자하는 ETF로, 전년 같은 기간(2131만1265달러)보다 약 8.8배 늘었다. 또 만기가 짧은 미국 회사채에 투자하는 '뱅가드 단기 회사채 ETF'(VCSH)는 8572만201달러(약 1232억원) 매수했다.
반면 장기채에 투자하는 ETF는 매수세가 주춤했다. 만기가 20년 이상 남은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미국 국채 3배 ETF'(TMF)는 1억6807만6009달러(약 2417억원)를 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억2186만8024달러(약 3189억원) 매수 결제한 것과 대비된다.
이 같은 기류 변화는 예상보다 견조한 미국 경제로 인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과 트럼프 2기의 관세정책을 둘러싼 인플레이션 우려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영향으로 보인다.
통상 장기채는 듀레이션(투자금 회수 기간)이 길어 단기채보다는 금리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는 그만큼 채권 가격이 더 내려가 손실을 보게 된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반면 단기채는 만기가 짧아 금리 변동의 영향을 덜 받아 상대적으로 안정적 투자처로 분류된다.
시장은 오는 28∼2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일단 이번 FOMC에서는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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