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해 온 관세 정책이 시작도 전에 벽에 부딪혔다. 이에 트럼프가 내달 1일 시행을 시사한 중국과 멕시코, 캐나다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강행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한 연준은 최근 실업률 안정 및 고용시장 활황과 함께 "인플레이션이 다소 높은 수준에서 머물러 있다"며 금리 동결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 영향 등을 파악하기 위해 당분간 관망세를 취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는 관세, 감세 등으로 대표되는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재차 촉발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향후 정책 동향을 지켜본 후 금리를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트럼프 2기 경제팀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고 그 결과 트럼프는 취임 당일 관세 부과 공약을 이행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당초 계획보다 늦어진 2월 1일에 중국, 멕시코, 캐나다를 상대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트럼프는 지난 26일 콜롬비아가 미국에 불법으로 체류하던 자국인들을 태운 미군 항공기 착륙을 거부하자 콜롬비아에 즉각적으로 25%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으나, 콜롬비아가 트럼프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겠다고 한 후 관세를 유예했다. 이는 자신의 중점 정책인 불법 이민자 추방을 위해 관세를 협상 도구로 사용한 측면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의 교역 순위 23위인 콜롬비아와 미국의 3대 교역국인 중국, 멕시코, 캐나다와는 관세 부과 충격의 크기가 다르다. 실제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관세 예고에 대해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런 일이 발생하면 우리 또한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경제팀은 관세 충격을 막기 위해 완화된 관세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는 이날 상원 청문회에서 트럼프의 관세 계획에 대해 "이는 멕시코와 캐나다의 조치를 유도하기 위한 별도의 관세"라며 "내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그들이 신속하게 움직이면서 행동에 나선다면 관세는 없을 것"이라고 유예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보편관세를 2.5%부터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고, 트럼프 역시 이날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처를 비판하며 미국 내 에너지 생산과 제조업 활성화 및 규제 혁파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정부가 아직까지 분명한 인플레이션 해결 조치를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트럼프의 관세 추진 동력은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인플레이션 문제와 관련해 "그것이 그렇게 간단했으면 그들은 바로 할 것"이라는 미국 싱크탱크 카토인스티튜트의 노버트 미셸 부소장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의 물가 인하 약속은 벌써부터 현실의 시험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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