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중국 인공지능(AI) '딥시크(DeepSeek)'의 등장으로 요동치고 있다. 기술주 급락으로 한국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졌지만, 전문가들은 AI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유효하며 이번 충격이 장기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현지시간)부터 '딥시크 쇼크'가 본격적으로 반영된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 지수는 3% 이상 급락한 뒤 2% 반등했으나, 다시 0.5% 하락하는 등 큰 변동성을 보였다. AI 대장주인 엔비디아의 경우 지난 27일 16.97% 급락한 뒤, 전날 8.93% 반등했으나 이날 다시 4.10% 하락했다.
딥시크가 훨씬 적은 비용으로 오픈AI의 챗GPT에 맞먹는 성능을 갖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뉴욕 증시에서 AI 관련 종목들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외신에 따르면 딥시크가 '딥시크-V3' 개발에 투입한 비용은 557만6000달러(약 78억8000만원)로, 그동안 빅테크들이 수억 달러를 투자한 것과 대조된다.
AI 모델 개발에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딥시크 사태'는 여러 측면에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면서도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을 중심으로 한 'M7'이 주도하는 AI 투자 사이클과 메가트렌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미국 AI 관련 주가가 급락했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에도 단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설 연휴 기간 동안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iShares MSCI South Korea ETF(EWY)'는 2% 넘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EWY는 지난 24일 55.90달러에서 30일 54.42달러로 2.65% 하락했다.
EWY는 연휴 이후 한국 증시의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 역할을 한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설·추석 연휴 6번 중 5번은 MSCI 한국 지수 ETF의 흐름에 따라 연휴가 끝난 첫 거래일 코스피 지수가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엔비디아와 함께 AI 밸류체인을 구축한 한국 기업들의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AI 밸류체인에 속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역시 엔비디아의 주요 파트너사 중 하나다.
다만 국내외 증권가에서는 딥시크 발 증시 충격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글로벌 주식 전략 수석인 피터 오펜하이머는 1월 2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시장 급락은 과열된 자산이 냉각되는 과정에 불과하다"며 "딥시크 사태로 발생한 빅테크 매도세는 일시적인 조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격적인 약세장은 오지 않을 것이며 미국 증시는 올해도 빅테크 중심으로 강세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딥시크의 성과를 폄하하지 않지만, 딥시크가 당장 AI 패권을 쟁취하고 엔비디아를 위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딥시크 충격은 이번 주를 지나면서 진정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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