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비상계엄 직전 "와이프도 모른다, 굉장히 화낼 듯"

정진석·이상민 등 "지금이 어느 때인데 계엄이냐" 반대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위원들과 만나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와이프(김건희 여사)도 모른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경찰이 확보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한겨레 보도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밤 9시께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만나 "비서실장도 모르고 수석도 모른다. 와이프가 굉장히 화낼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통상 국정운영과 관련해 김 여사와 의견을 나눴지만, 당시 비상계엄 발표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극소수의 군 관계자들과 비밀리에 기획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국무회의 직전에야 비상계엄 선포 사실을 알고 "지금이 어느 때인데 비상계엄이냐"며 반대 뜻을 밝혔고, 홍철호 정무수석과 적극 만류했지만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를 강행했다.

 
아울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비상계엄 선포 직전에 열린 국무회의를 두고 "단순히 회의실에서 대기하다 나왔다. 회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국무회의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아 법적 하자가 있었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후배로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도 당시 국무회의 성립 여부에 대해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 할 사안"이라며 최 권한대행의 진술에 힘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장관은 당시 "진짜 안된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다. 국무위원 전원이 반대하고 있다"면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만류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22시에 KBS 생방송으로 (비상계엄을) 발표한다. 이미 다 불러놨다"며 대통령실 참모진과 국무위원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비상계엄 선포를 서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