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다음 주 초 공식 선임된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농협중앙회를 정점으로 하는 특수한 지배구조를 정조준했던 만큼 이 내정자 앞에는 지배구조 개선과 내부통제 강화라는 임무가 놓여 있다. 금융 환경에 맞춰 주요 계열사인 NH농협은행의 디지털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점 또한 주요 과제도 부각되고 있다.
2일 농협금융지주에 따르면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이 내정자의 취업 심사를 마쳤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취업 심사가 통과되면 다음 주 3일 열리는 임시주총에서 최종 선임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내정자의 취임식은 별도로 개최되지 않고, 취임사로 대체될 예정이다.
출범을 앞둔 '이찬우호(號)' 앞에 놓인 가장 큰 숙제로는 내부통제 강화가 꼽힌다. 지난해에만 농협은행에서 10억원 이상의 금융사고가 총 6건(450억원대) 발생했고, 사고 횟수로는 5대 은행 중 가장 많다. 금융당국은 농협은행 금융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농협중앙회의 인사·경영 개입을 지목하고 있다.
다만, 이 내정자가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 체제에서 낙점된 만큼 인사권을 두고 강 회장과 이견을 드러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전임인 이석준 전 회장이 강 회장이 추천한 NH투자증권 사장을 거부하면서 신경전을 벌였던 것과는 달리, 이 내정자는 강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기 힘들 것이라는 의미다. 탄핵 정국으로 금융당국의 힘이 약화하며 강 회장의 간섭에 제동을 걸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 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주요 계열사인 농협은행의 디지털 경쟁력 확보 역시 중요한 의제로 남아 있다.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제휴 은행을 농협은행에서 KB국민은행으로 변경하면서 농협은행의 시장 장악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농협은행의 앱인 NH올원뱅크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역시 지난해 3분기 기준 432만명으로 5대 은행 중 가장 적다
이 내정자의 전력은 강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재정경제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이 내정자는 이후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차관보, 경남도청 경제혁신추진위원호 위원장 등에 역임했던 관료 출신이다. 직전에는 금감원 수석부원장으로 지내 당국과 긴밀한 소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농협금융이 각종 금융사고와 농협중앙회의 인사 개입 문제로 금감원의 경고를 받았던 만큼 금감원 출신인 이 내정자가 금융당국과의 관계 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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